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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秋법무의 막무가내 검찰 흔들기에 폭발한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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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검찰 직제개편안을 꺼냈다가 일선 검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주무과장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의 검찰 인사와 관련, 중견 간부들은 사표를 제출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폭주에 검찰 내부 불만이 한계에 달한 형국이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아무런 고민·연구 없이 만든 조잡한 보고서" "'일개' 검사로 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검사 업무'까지 '일개'로 보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등의 비판 글이 수백 개씩 올라왔다.

직제개편안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네 자리를 폐지토록 했다. 범죄 정보 수집과 전국 검찰의 수사 조율을 하는 이런 직책들이 없어지면 울산시장 선거 공작 같은 권력 수사 지휘는 불가능하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의 비위 수사를 담당해온 특수 수사 인력을 대폭 줄인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특수통 검사들의 힘을 빼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왔던 형사·공판부를 강화한다는 것이 개편 취지다. 그런데 정작 형사·공판부 검사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검사들의 업무 환경을 전혀 알지 못하는 탁상공론식 개편안이며 검사들의 시간만 낭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개편안이 대부분 그동안 민변이 주장해온 내용이라는 점도 검사들을 자극했다.

법무부 검찰과장은 "검찰 구성원들께 우려 드린 점 송구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추 장관의 검찰 길들이기를 보좌해온 최측근이 사과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권력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 지휘부를 공중분해시키는 학살 인사를 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권력 수사를 지연시키고 뭉개는 데 공을 세운 검사들을 승진시켜 요직에 앉히는 후속 인사를 단행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두 번이나 휘두르는가 하면,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검·언 유착' 의혹 속에 무리하게 엮어 넣으려다 실패하는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거듭되면서 검찰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구성원들은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 검사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직제개편안까지 들이밀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반발을 부른 것이다.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추 장관의 착각과 무리수가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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