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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원포인트 투자 레슨] 줄어든 美소비…경기침체 우려할 수준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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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Q 미국 가계부채는 4~6월 340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이는 2014년 2분기 이후 첫 감소였습니다. 가계 부채가 감소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가계 부채 및 신용(household debt and credit)'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가계 신용 총액은 14조2700억달러로 지난 1분기보다 0.2% 줄어 2014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신용 중 약 70%를 차지하는 모기지 대출이 600억달러 증가했지만 다른 항목들이 대부분 감소했습니다.특히 신용카드 대금은 1분기보다 800억달러 감소해 모기지 대출의 증가분을 상쇄하고 전체 신용 감소세를 주도했습니다. 이는 전 분기보다 8.5%나 감소한 숫자로, 2분기 소비 위축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2분기 미국의 개인소비(PCE)가 전 분기 대비 10%가량 감소하면서 신용카드 사용 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때 가계가 소비를 줄이기도 하지만 이미 결제해 놓은 금액을 상환하지 못해 카드 미결제 대금이 오히려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후 1년 동안 카드 대금과 가계 신용은 증가했습니다.

만약 경기가 안 좋고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데도 신용이 계속 늘어난다면 가계의 건전성 악화와 악성 채무 증가를 우려해야겠지만, 현재 미국 상황은 이와 거리가 먼 것으로 보입니다.

가계의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은 연체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계 신용의 연체율은 3.6%로 지난 1분기 4.6%에서 1%포인트 하락해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상환 가능성이 없는 악성 채무는 전체 신용 중 2.1%를 기록해 전 분기와 동일한 연체율을 나타냈지만, 그 외 기간의 연체율은 모두 하락했습니다. 경제 봉쇄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소득 지원이 정책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1인당 1200달러의 현금을 지원했고 추가 실업수당도 넉넉히 지급해 가계의 상환 여력이 훼손되지 않은 것입니다. 필라델피아 연준의 소비자 금융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0% 이상이 5월과 6월 현금 지원금 중 일부를 부채 상환에 썼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출 상환을 유예해주는 정책의 효과도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 상환 자체가 유예됨에 따라 연체율은 오히려 평년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앞으로도 고용이 점차 회복되고 소득 중심의 지원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가계의 건전성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여전히 20% 수준으로 높은 개인 저축률은 미국의 소비 감소를 나타내지만 이와 동시에 부채 상환에 대비하는 버퍼가 두터워졌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 주식투자 전문가에게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매일경제 증권부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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