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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속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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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는 살인청부업자가 납치된 딸을 구출하는 이야기와 그 살인청부업자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인간백정의 이야기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잔혹한 장면이 많지만 액션은 생동감 있고 간결합니다.

작품 속에서, 인남(황정민 분)과 레이(이정재 분)의 범죄는 대한민국, 태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범죄사건에 대해서는 우리 형법을 적용하겠지만 외국이 관련되어 있는 범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자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해서 범죄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속지주의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 내, 외국인 불문하고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속지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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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외를 운항하는 자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이루어진 범죄에 대해서도 자국 형법을 적용하는 기국주의도 속지주의 원칙의 특별한 경우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미국 공항의 우리나라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하여 우리 형법을 적용한 근거가 기국주의입니다.

자국민의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장소가 어디인지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속인주의입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외국인 출입이 허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필리핀에서 도박을 하면 우리 형법에 의해서 도박죄로 처벌되는 것이 속인주의입니다.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범인의 국적과 범죄 장소를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보호주의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외국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위조하는 경우에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 보호주의입니다.

범죄 장소, 범죄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인류공동의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국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원칙이 세계주의입니다. 인류공동의 법익은 전쟁도발, 국제테러, 통화위조, 마약밀매, 인신매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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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나라 형법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속인주의, 보호주의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세계주의도 예외적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 내에서 이루어진 모든 범죄, 외국에서 이루어진 한국인의 범죄, 외국에서 이루어진 대한민국, 한국인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인 인남이 한국에서 행한 범죄는 속지주의에 의해서 당연히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인남이 일본과 태국에서 행한 살인 범죄도 속인주의에 의해서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한국계 일본인 레이가 한국 내에서 행한 범죄는 속지주의에 의하여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나 태국에서 한국인을 살해한 것은 보호주의에 의해서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지만 외국인을 살해한 것은 우리나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인남은 납치된 딸을 구출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을 살해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지만 심적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지만 죄를 지은 게 사람인데 과연 그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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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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