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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대검, 법무부에 "기획관 폐지 개편안 수용 어렵다" 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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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내부 "졸속 처리" 불만에 "윤석열 무력화" 우려
법무부, '미세 조정' 개정안 다시 보내 의견 조회
25일 국무회의 의결 예정…당분간 잡음 지속될 듯
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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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대검 중간간부 직위를 대거 폐지하도록 한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는 원안에서 극히 일부 내용만을 고친 수정안을 만들었고, 이달 말 국무회의를 거쳐 검찰 중간간부 인사 시 곧바로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법무부-검찰 간 갈등이 또다시 빚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법무부의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 의견조회 요청에 따라 일선 검찰청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전날 검토 의견서를 보냈다. 대검은 각 방안별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없었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 간 내부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이어서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가 지난 11일 검찰에 내려 보낸 직제개편안에는 대검의 차장검사급 직제 4개(수사정보정책관, 반부패ㆍ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를 폐지하고, 형사정책관ㆍ인권정책관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부장(검사장) 보직도 없애고,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맡는 인권감독과는 감찰부 산하로 편입된다.

이러한 개편안이 시행되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특별수사 지휘와 범죄 정보 수집 기능은 크게 약화된다. 감찰부장은 독립적으로 업무 수행을 하는 터라,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부패범죄 대응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제개편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밀어붙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형사사법시스템 전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 빼기’ 의지가 앞서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한 간부급 검사는 “대규모 개편임에도 사전 논의 없이 뒤늦게 알린 뒤, 고작 며칠 동안 의견만 받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직제개편안과 함께 전달한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 방안도 논란을 부르고 있는 한 축이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을 통해 법무부가 제안한 △1재판 1검사 1수사관제 △공판부 이원화 등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제대로 된 조사도 연구도 없이 아무렇게나 막 뒤섞어 판을 깨 놓으면서 ‘개혁’이라고 위장하려 들지 마시라”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직제개편안 준비 실무를 맡은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 과장은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민감한 때에 법무부가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바로 직제안을 시행하는 것으로 우려하시게끔 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 부분은 앞으로 시작될 논의의 출발점으로, 향후 대검과 일선의 폭넓은 의견 수렴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직제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대검의 의견 회신을 받은 지 하루 만인 이날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 초안을 만들어 다시 의견 조회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대검으로 넘어 온 개정안 초안은 직제 개편안과 비교해 미세 조정만 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화한 부분은 감찰부 산하에 두기로 한 인권감독과를 차장검사 직속 인권정책관 산하로 옮기고, 당초 3개를 늘리려 했던 형사과를 2개로 수정한 정도라고 한다.

법무부는 이르면 25일 국무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행정안전부 협의, 법제처 심사 등 남은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제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보다 확산하고 있어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법무부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개정안 초안을 대검에 전달하며 ‘오후 3시까지 행안부에 보내야 한다’면서 “오후 2시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의견 조회가 아니라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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