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이스라엘-UAE, 관계 정상화 합의... 중동 정세 안정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집트ㆍ요르단 이어 아랍권서 세 번째
대사관 개설 등 위한 협상 수주 내 개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합병 논란은 계속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관계 정상화는 이집트(1979년)와 요르단(1994년)에 이어 세 번째이고, 걸프만 국가들 중에선 처음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 논란이 여전해 중동 정세의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UAE는 수 주 내에 대사관 개설과 투자ㆍ관광ㆍ직항노선ㆍ보안ㆍ통신 문제 등을 논의할 대표단 회동을 갖는다.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치료법 개발에 대해서도 협력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공히 발언권이 높아졌다. AP통신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아프가니스탄전 종식의 결실은 맺지 못했지만 이례적으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이번 합의가 연립정부의 내분을 뚫고 나갈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맞상대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합의 발표가 기쁘다"고 호평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국가 해법'을 실현하는 의미 있는 협상에 다시 참여할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적대적이던 이스라엘과 UAE가 손을 잡은 것을 두고 이란 견제용이란 해석이 많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지역 내 최대 위협으로 여겨왔고,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UAE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늘 긴장관계였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공동의 적'에 대응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다른 아랍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의 일환이란 주장도 나왔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최근 중국과 이란이 무기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최근 몇 년 새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중국 간 경제교류를 염두에 둔 듯 "이스라엘은 워싱턴과 베이징 중 누가 더 중요한 동맹인지를 결정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권ㆍ걸프만 국가 간 관계 정상화는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문안조차 '일시 중지'인데도 마치 뇌관을 제거했다는 듯 외교치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팔레스타인이 발끈했다. 마무드 아마스 자치정부 수반은 "UAE든 어떤 나라든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합병 중지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스타인은 UAE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반감은 물론 아랍 형제국인 UAE가 사실상 자신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노가 읽힌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민족의 권리를 부인하고 불법 점령을 부추기는 협정"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