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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건전지 대량 구매하고 이유 없이 친절하면 간첩?…60년대 엉뚱한 식별요령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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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간첩 시대
김정인 외 7인 지음
책과함께 | 368쪽 | 2만원

간첩은 실제로 있었다. 남북이 마찬가지였다. 이런 행위가 급격히 준 계기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었다. 하지만정부가 발표하는 간첩들은 여전히 적지 않았다. 이른바 ‘조작간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681명, 1980년대 340명이 간첩으로 검거됐다. 2007년 대법원은 1972년부터 1987년까지 불법 구금과 고문 의혹 등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유가 있는 224건을 추출했는데, 그중 간첩 조작 의혹 사건이 141건으로 63%에 달했다.

1966년 대한뉴스가 ‘이것이 간첩이다’라는 제목으로 상영했던 ‘간첩 식별 요령’에는 얼토당토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다. “건전지를 대량으로 사는 사람, 구두창이 물에 젖는 것을 피하는 사람, 동네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친절한 사람, 공동변소나 한강 인도교에 낙서하는 사람” 등. 1970년대에는 “간첩잡는 아빠되고 신고하는 엄마되자”(한국반공연맹), “신고하면 상금타고 안하면 벌받는다”(충남도) 등의 표어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한국 현대사와 조작간첩’이라는 부제를 지녔다. 1장은 여러 유형으로 등장하는 간첩의 역사를 개괄한다. 2장은 “1960~70년대 공안통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였던 간첩에 대한 담론 분석”을 시도한다. 3장은 간첩 조작의 논리를 파악하기 위한 전제로서, 실제 간첩이었던 사람들(남파공작원)의 실태 및 그들이 북에서 받은 교육, 침투 방법 등을 살핀다. 4장은 조작간첩 사건의 기획과 실행을 주도한 공안기구의 변천사를 다룬다.

5~8장은 그동안 어떤 사람들이 간첩으로 조작됐는지를 밝히는, 말하자면 ‘피해자 사례’에 대한 서술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피해자들에게 바친다”고 책머리에 쓰고 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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