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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아무튼, 주말]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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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단골

변남석 밸런싱 아티스트

조선일보

서울 상계동 '용순가재골수제비'의 수제비(앞)와 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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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변남석 밸런싱 아티스트


“균형의 마에스트로” “무엇이든 균형 잡아 세우는 남자”…. 미국 CNN, 영국 BBC, 일본 후지TV 등 세계 주요 매체가 변남석(58·사진)씨를 소개할 때 사용한 표현들이다. 돌, 노트북, 볼링공, 가야금, 오토바이 등 크고 작은 물건을 가리지 않고 균형 잡아 모서리나 귀퉁이로 세우는 ‘밸런싱 아티스트’인 변씨는 “음식도 균형의 예술”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맛과 재료가 만나 균형을 이뤘을 때 하나의 음식으로 세워지는 거잖아요.”

허름하고 소박한 맛집을 즐겨 찾아다닌다는 변씨는 "오래가는 맛집은 맛의 중심뿐 아니라 삶의 중심도 잡은 분들이 주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열심히 일하세요. 하지만 단지 음식 팔아서 돈 벌 궁리만 하는 게 아니라, 나누고 베풀며 주위를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죠. 주변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식당들이 오래가더라고요."

용순가재골수제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이 집 수제비가 생각나요. 경기도 분당 사무실에서부터 차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도 일부러 간다니까요."

서울 상계동 수락산 계곡 언저리에 자리한 수제비집이다. 줄 서서 기다려 자리에 앉으니 손님 수대로 개떡을 내준다. 주문하면 끓이기 시작하는 수제비 나올 때까지 허기를 달래라는 소박한 배려.

수제비는 '순한 맛' '중간 매운맛' '얼큰 맛' 중 가장 많이 선택한다는 중간 매운맛으로 했는데도 꽤 맵다. 매운맛에 선제공격 당한 혀를 달달한 감칠맛이 달래준다. 어떻게 반죽했는지 수제비의 탄성이 대단하다. 얇게 떠진 부분은 탱글탱글 말랑하고, 두꺼운 부분은 알덴테로 익힌 파스타처럼 씹는 맛이 확실하다.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수제비를 순식간에 비웠다. 속이 뜨뜻하면서도 시원하다.

수제비·칼국수 각 7000원, 들깨수제비 8000원, 김치전·감자전 각 8000원, 파전 9000원. 서울 노원구 동일로242길 100.

안동반점

"보문동 사는 사람은 다 아는 오래된 중국집인데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잠시 문 닫았다가 최근 다시 열어서 너무 반가워요."

가성비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중국집이다. 가격에 비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이 나온다. 탕수육은 소(小)자가 서울의 다른 중식당 웬만한 대(大)만큼 나온다. 맛도 탁월하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 모든 음식에서 어릴 적 중국집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다. 잡채밥은 반드시 시킬 것.

짜장면 5000원, 볶음밥 6000원, 잡채밥 7000원, 탕수육 1만3000·1만7000·2만5000원.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1길 35-1.

맛나곱창

"여기 곱창 한 번 맛보면 동네 곱창집 못 가요. 맛이 달라요."

서울 성동구청 앞 곱창골목의 대표 식당 중 하나. 주방에서 초벌구이해 내 온 곱창은 누린내가 거의 없다. 곱창이 워낙 신선한 데다 오랜 손질 노하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쫄깃한 곱창을 씹을 때마다 곱이 흘러나오면서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찬다. 돼지막창도 군내 없이 부드럽고 탱탱하다. 식사로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볶음밥이 주 메뉴인 곱창이나 막창보다 더 맛있다는 손님도 많다.

소곱창구이 2만5000원, 소곱창전골 4만·4만5000원, 돼지막창 1만3000원, 야채곱창 1만3000원, 볶음밥 3000원. 서울 성동구 고산자로 281-1.

나정순할매쭈꾸미

"주인 할머니가 손님들을 살갑게 대하지는 않지만 워낙 맛있어서 자주 찾던 집이에요. 그런데 이분이 이름 밝히지 않고 쌀과 기부금을 구청에 놓고 갔다고 몇 해 전 알려졌잖아요. 제가 말하는 '맛뿐 아니라 삶의 중심을 잡은 맛집 주인'이란 바로 이런 분이죠."

어려서부터 어렵게 살아온 나정순 할머니는 40여년 전 용두동 골목에 주꾸미집을 열었다. 비가 샐 만큼 낡은 건물이지만 할머니 손맛이 소문나면서 지금의 용두동 주꾸미 거리가 생겨났다. 할머니는 돈이 모일 때마다 구청 앞에 쌀과 돈을 놓고 갔다. 할머니는 "손님들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났으니 나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에서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할머니는 2013년 자신의 선행이 알려진 뒤에도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가게도 여전히 잘되고 있다.

주꾸미 1만원.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 144.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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