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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대검 "검찰 직제개편안 수용 불가", 법무부 "원안대로 국무회의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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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졸속 개편… 사기업도 이렇겐 안해"

대검찰청이 13일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 "국민 권익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검 의견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직제개편안을 거의 원안(原案)대로 25일 국무회의에 올려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이날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수렴해 13일 법무부에 직제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회신했다"며 "내용 공개는 어렵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대검 반부패부(특수부)·공공수사부(공안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급) 폐지 및 수사정보정책관 축소 개편' '공판부 기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보내 의견을 달라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13일 A4 용지 10여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인 이번 직제개편안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의견서에서 "이번 직제개편안은 검찰 조직의 대대적 변경이 가해지는 것이어서 대검 및 일선 검찰청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무부가) 사전에 충분한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또 "검찰의 형사·공판부 강화 및 직접 수사 축소를 이유로 추진되는 이번 직제개편안에는 실제 직접 수사 총량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관한 실질적 데이터가 없다"며 "이런 식의 직제 개편은 수사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국민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을 견제하는 검찰의 반(反)부패, 사정(司正) 역량 축소가 우려된다는 취지"라고 했다.

대검은 이번 직제개편안의 전반적인 내용과 추진 과정은 물론 개편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고위 공직자 및 기업 비리 수사 등의 지휘 실무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폐지에 대해선 "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대검 공공수사부 선임연구관을 폐지하고 일선 검찰청의 공공수사 부서를 축소하는 방침에 대해선 "선거 사건은 공소시효(6개월)가 짧아 전문 지식이 없으면 신속히 처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대검 인권부 축소와 관련해선 "인권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2018년 7월 신설된 조직"이라고 했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축소는 "검찰의 반부패 수사 역량 저하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검이 이런 의견을 전달한 지 하루 만인 14일 부서 조정 부분을 약간 수정한 사실상의 원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대검에 전달했다. 법무부가 최종 확정한 개편안엔 공판부 강화와 관련한 직제개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미애 장관이 휴가 중이라 대검 의견에 대해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검찰 직제 개편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25일 국무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에 정해진 입법예고 절차도 없이 관련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 조직 변경 때는 관례적으로 입법 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올해 3월 대검에 감찰3과를 신설하기 위해 검사정원법 시행령을 고칠 때는 입법예고를 했다. 작년 검찰 부서 명칭에서 '공안'을 삭제하는 시행령 개정 작업을 할 때에도 입법 예고를 했다. 법무부는 "그때만 특이하게 입법 예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직제개편안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비판은 14일에도 이어졌다. 김우석 정읍지청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형사사법의 근간인 검찰 조직이 졸속 개편되면 안 된다"며 "(이번 직제개편안에 대한) 법무부의 (검찰) '의견조회'는 '통과의례' '의견 청취 거절'로 느껴진다"고 했다. 김모 검사는 "사기업도 조직 개편을 할 때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돌려보며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며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어쩌면 사람이 죽고 살 수도 있는, 그 과정에 관한 시스템이 아무런 논의 없이 혹은 몇몇 사람의 논의만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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