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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백영옥의 말과 글] [162] 유명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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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2006년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당신(You)’이 선정되었다. 유튜브와 위키백과, 페이스북 등 UCC(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당신이 그해의 주인공이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개인 유튜버와 SNS 인플루언서들은 주류 미디어를 위협하며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에 비슷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어두운 배경에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사과하는 유명 유튜버들이다. 90도로 머리를 숙이는 건 물론이고 무릎을 꿇고, 반성의 의미로 원산폭격이라 불리는 머리를 박는 자세를 취한 유튜버도 있다. 그중 몇몇은 은퇴를 선언하고 유튜브를 떠났다.

무엇을 잘못한 걸까. 크게는 뒷광고(광고비를 받았지만 광고라고 표시하지 않는 행위),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 것)과 없는 사실을 꾸며서 만든 주작이 원인이다. 그들이 명성을 이용해 수백만 구독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이들뿐 아니라 연예인들도 사과 기사가 많다.

유명세는 유명인이 내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명성이 자본화되는 시대에는 어느 정도의 구설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중은 왜 이렇게까지 그들의 잘못에 분노하는 걸까. 어째서 그들의 사과에 냉소하는 걸까. 예상컨대 플랫폼을 지배하는 극소수가 모든 이익을 독식하는 시장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 주식도 애플과 테슬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테크 기업들만 오르지 않는가.

보통의 사람들은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시대에 이미 높이 올라간 그들을 우러러보며 환호한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하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환호는 저주로 바뀐다. 소위 ‘찬티’ 팬이 ‘안티’가 되는 순간 과거의 열광에 비례해 증오는 폭증한다. 환호가 저주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큰 성공의 독점 시대를 사는 우리는 타인의 추락을 통해서 날아오르는 것일까. 유명 유튜버의 추락을 보며 누군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신 안 차리면 인생 한 방에 훅 가는 거지. 무섭더라. 하지만 너무 쌤통이긴 해.”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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