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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기자의 시각] 최고 분열 조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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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옥진 국제부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이 자신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를 지명했다. 미 언론들은 "역사적 선택"이라고 했다. 유색인종 여성이 주요 정당의 부통령 후보로 오른 것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해리스 지명 발표 직전 라디오에서 "몇몇 사람들은 바이든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택한다고 한 것에 대해 '남성들이 모욕당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고, 발표 직후에는 트위터에 "교외의 가정주부들은 나를 뽑을 것"이라고 올렸다. 모두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발언이다. 이른바 'PC(정치적 올바름)'에 거부감을 가진 자신의 지지층을 자극하고, 백인 중산층이 다수인 교외 주부들은 '우리 편'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고 분열 조장자(Divider in chief)'란 별명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 가르기'는 그의 임기 내내 계속돼왔다. 그는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의원들을 겨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고, 미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공권력을 투입하며 '시위대는 폭도, 우리는 법질서 수호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씌웠다. 민주당 지지는 '미국을 증오하는 사회주의자의 악몽'을 믿는 것이고, 자신을 지지하는 것은 '자유주의·시장경제의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 것이라고 연설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정치공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이다. 실제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이 전략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 상당수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며,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것은 큰 불행이다.

그런데 편 가르기는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임대인 대 임차인, 유주택자 대 무주택자의 갈등, 세대·계층 간 분열을 낳고 있다. '조국 사태'로 인해 벌어진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도 적나라한 분열상을 보였지만 정부는 이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범여권의 선거 구호는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토착 왜구'로 낙인찍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대한 여권의 상반된 태도로 국민은 또 갈라졌다.

여권에서 '탕평 인사'라고 자찬하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청문회에서 "국민이 보고 있다"는 야당 의원의 말에 "저희 국민도 보고 있다"고 한 대목은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국민 편 가르기를 한 겁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수많은 국민을 적처럼 만든 게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편 가르기 정치가 없어지면 극단적 대결도 해소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낸 대담집에서 한 말이다. 동의한다.

[이옥진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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