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인터뷰]미친 듯이 웃었더니 '암'도 낫더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웃음보따里에서 띄우는 행복편지' 저자 홍헌표 힐러넷 대표

하루하루가 암에 답하는 삶…그래서 행복하다

"암이 고마운 이유 100가지 적으면 치유 방법이 바로 나온다"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노컷뉴스

신간 '웃음보따里에서 띄우는 행복편지'의 저자 홍헌표 힐러넷 대표가 웃음치료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홍헌표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T 결과, 암이 발견됐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의학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암(癌) 진단 자체는 당사자에게는 큰 충격이다. 오죽하면 암 선고라고 하지 않는가?

TV 프로그램에서 암 선고를 받고 좌절하는 모습에서 보여지듯 쿵 내려앉은 마음은 계속 땅속으로 가라앉는다.

'나도 죽을 수 있구나' 하며 죽음을 직면하게 되는 동시에 '이제 사회적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하는 좌절감, '아,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떡하지?', '이 나이에 암이라니, 난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형벌을?', 신에 대한 원망까지...

암 진단을 받고나면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데도 그만큼 꽤 오랜 번민과 고통이 뒤따른다.

암 환자들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나름의 치료방법을 세우며 자신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선배 암 환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 만고의 진리이듯 자신과 같은 고통을 먼저 겪은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삶의 희망이 되고 살아갈 힘을 준다.

암 진단 후 11년 동안 건강하게 살고 있는 저자의 삶은 많은 환우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웃음보따里에서 띄우는 행복편지'의 저자 홍헌표(55) 힐러넷 대표를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캔서앤서(CancerAnswer)' 편집실에서 만났다.

"나는 암이 고맙다"

홍 대표는 조선일보의 잘 나가는 기자였다. 정확한 판단력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취재력과 근성, 특유의 꼼꼼함과 정확함, 적극성, 친화력 등 기자로서의 훌륭한 자질을 갖춘 그는 앞만 보고 달렸다. 지난 2008년 마흔 세살의 나이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수술 후 병원에서 권유하던 12회의 항암 치료를 4회만 받고 이후에는 면역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2년 6개월간 휴직하면서 식이요법과 운동, 명상, 웃음 등으로 암을 극복하고 2011년 복직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항암 부작용으로 머리도 많이 빠지고 말초신경염으로 손발이 저리고 구토로 식사도 하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패배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왜 이래야 되지'라는 좌절감과 갈등, 번민 속에서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식이요법과 운동, 마음단련 등으로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보완치료 쪽으로 할지 갈등하고 결정할 때였다. 그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결정하고 나서는 힘든게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모든 걸 해야하는 보완치료 역시 쉽지 않았다. 채소와 현미밥 위주의 식이와 운동, 야채스프 먹기, 족욕, 천천히 식사하기, 매일 일지쓰기 등 정해놓은 모든 항목을 다해야 하니 항암 치료보다 더 힘든 일상이었다. 암에까지 이르게 된 옛날 습관과의 싸움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실천했고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그의 1500일의 투병기는 지난 2012년 출간된 '나는 암이 고맙다'에 자세히 나와 있다.

"치병(治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실천'이다.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방법론은 다 알지만 꾸준히 하기가 어려운데 '목표 의식'이 중요하다. 암에 대해 정확하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라! 암 이전의 생각·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목숨걸고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3~6개월을 기본으로 정해진 스케줄을 목숨 걸고, 항암 치료 일정보다 더 강력하게 해야 내 몸이 바뀐다. 매일 투병일지를 쓰고 이를 지켜야 몸의 변화를 인지하게 되고 비로소 습관이 바뀐다. 치병 성공의 분기점은 철저하게 지속하느냐 아니면 무너지느냐다. 일상에서 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가족으로서, 직장인으로서의 '짐'을 던져버려야 한다"

홍 대표는 이를 위해 "완전 이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상 나를 1번으로 생각하고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정말 이기적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치병을 최우선으로 매일의 계획을 보이는 곳에 써놓고 이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대답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웃음보따里라는 마을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미친 듯이 웃다가 헤어지는 동네다. 웃다 보면 세상 시름을 잊게 되고 마냥 즐거워진다. 자연스럽게 우울감이 사라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니 암과 싸울 힘이 생긴다. 웃음보따里의 이장이 바로 저자 홍헌표 대표다. 2011년 그가 만든 웃음치유 모임이다. 그는 웃음의 능력을 믿는다. 억지로 웃더라도 면역력을 높이고, 몸과 마음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이전의 나쁜 몸습관, 마음습관을 바꿔 암에서 벗어난 저자 자신도 웃음을 통해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최고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활성화에 웃음이 결정적이다. 웃음으로 면역과 관련한 균형이 맞춰져 웃음이 생활화된 사람은 스트레스를 절반 이하로 받거나 받지 않는 마음의 근력이 생긴다. 그냥 웃어버리면 스트레스든 뭐든 일상화된다. 삶 자체가 재편된다. 관계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웃다 보면 '쟤는 저런 애구나'하는 마음의 공간이 생긴다. 세달만 하루 10번 언제 어디서나 웃음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기르면 암도 낫는다"

"암 치료받는 나를 한 발짝만 떨어져 바라보자"

그가 암 환자들에게 꼭 당부하는 이야기가 있다.

"첫 진단받았을 때나 치료 도중, 틈나는 대로 한 발짝만 자신을 떨어져서 봤으면, 암 치료받는 나를 한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봐줬으면 좋겠다. 떨어져서 보면 보인다. 내가 서두르는구나, 괴롭구나, 헤매는구나 떨어져서 볼 수만 있다면 그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을지 찾을 수 있다. 암 진단받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못하면 미로에서 헤매고 빠져나오지 못한다. 진정한 치유를 하려면 나를 관찰해야 한다. 내가 가는 길을 개척하려면 미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갇혀 있으면 가는길을 모른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 스텝씩 걷자. 암은 겁나는 존재가 아니다 잘만 관리하면 된다. 암이 고마울 수 있으려면 암 덕분에 내가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것이다. 암이 고마운 이유를 100가지 적으면 치유 방법이 바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암에게 가장 고마운 점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홍 대표는 "눈 앞의 목표와 세속적 욕구, 출세, 성공을 바라보며 갈 뻔했던 삶에서 전환점이 됐다"며 "삶의 질을 유지하며 비전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 나를 돌아보고 내 주변을 돌아보고 건강을 계속 꾸준히 챙길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암에게 고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홍헌표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와 헬스조선에서 취재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7년 '몸맘건강 네트워크 ㈜힐러넷'을 설립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자신의 체험과 기자로서의 전문성을 결합한 암 전문 미디어 '캔서앤서(CancerAnswer)'를 창간했다. 그가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암 카페 등을 통해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다. 그는 암이나 생활습관병, 스트레스 같은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 상담,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라이프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달 안에 암에 대한 경험과 100세 건강 삶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암사랑 코칭' 유튜브 채널을 열 계획이다.

노컷뉴스

최근 발간된 홍헌표의 '웃음보따里에서 띄우는 행복편지'(사진=힐러넷제공)



다음은 홍헌표 대표가 권하는 처음 암 진단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팁

암 진단 받았을 때 팁
1.당황하지 말라.

아득하고 혼비백산한 느낌은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당혹스럽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암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2.치료의 첫번째는 병원의 도움

의사에게서 치료계획을 정확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현 상태를 명확하게 듣고 병원 치료 일정에 대해 공부하고 귀찮을 정도로 의료진에 묻고 또 물어라.

3.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라.

내가 해야할 영역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첫번째 단계에만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병원 치료 외에 보조적으로 할 수 있는 정보를 접해서 공부하라. 병원 치료 과정을 따라 가되 암과 관련된 책을 적어도 3권 이상 읽어라. 병원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보조적으로 할 수 있는,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하나씩 채워라. 병원에만 수동적으로 맡기고 가지 마라. 한발만 떨어져 공부하면서 여유를 가져라. 보통 병원을 통해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암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찾는데 자신의 경험만을 나누다 보니 신뢰도가 낮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4.정보를 어디서 찾을까? 공부하라!

제도권이나 비제도권에서 정보를 찾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환자나 가족이 나서서 해야 한다. 항암하면서 에세이책과 암 환자인 외국 의사의 책들, 현대의학의 항암 치료에 비판적인 책, 면역에 대한 일본 서적 등 10권을 읽으면서 암에 대한 공부를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의사가 설명하는 것 외에 꼭 공부해야 한다. 암은 병원치료 만으로 완벽하게 고칠 수 없는 병이다. 치료 외에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꼭 공부하라.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