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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文대통령의 절제된 대일메시지…日이 강조해온 '국제법'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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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같은날 태평양전쟁 종전(패전) 75주년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식사(式辭)를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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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며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한일관계 주요 현안인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갈등을 악화하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동시에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날 ‘삼권분립’과 함께 ‘국제법의 원칙’을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란 입장을 되풀이해왔고, 이에 맞서 우리 정부는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며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해왔다. 원론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일본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징용 배상,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지소미아 파기 문제가 맞물리며 한일관계가 급속 악화했던 작년 상황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당시 여권에선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중심으로 일본과 각을 세우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지 않는 인사들을 ‘친일파’ ‘토착왜구’로 매도하는 일이 빈번했다.

문 대통령이 ‘절제된 대일 메시지’를 발신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달 초 징용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자산 압류 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일단 관망’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를 예고함에 따라 실제 자산 현금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점도 고려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한·중·일 정상회의는 과거 한·일, 중·일 관계 악화로 무산된 사례가 워낙 많아 차질없이 개최하는 것 자체가 외교 치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연말 서울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를 염두에 두고 상황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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