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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親트럼프 우체국장 청문회까지... 美대선 '우편투표' 논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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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트럼프 도우려 우편투표 방해" 판단
의회 여름휴가 단축해 22일 청문회 실시
민주 州지사들, 연방정부 상대 소송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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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3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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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맞선 '우편투표' 논란이 결국 친(親)트럼프 성향의 연방우체국(USPS) 국장 청문회로까지 치닫고 있다. USPS 국장이 배송 정책을 바꾸자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 저지에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판단한 민주당이 휴회 기간임에도 청문회를 열겠다고 발끈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일부 주(州)지사들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 휴회 단축해 USPS국장 청문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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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의 우편 투표 방해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15일 워싱턴의 드조이 국장 자택 인근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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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캐럴린 멀로니 하원 감독개혁위원장과 공동성명을 내고 루이 드조이 USPS 국장에게 24일 하원 청문회 증언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여름휴가로 휴회 중인 하원 개회일은 내달 14일이지만 펠로시 의장은 22일 하원을 조기 소집해 드조이 국장의 USPS 운영 방안 개편을 막는 법안을 표결하고 그에 대한 긴급 청문회도 열 계획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지난 6월 우정업무 총책임자로 취임한 드조이 국장은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이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다. 그는 지난달 USPS의 만성 적자 해결을 위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초과근무를 없애고 우편 분류 기계의 10%를 감축해 우편서비스 기능을 현저하게 저하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미 전역 길거리의 우체통을 줄이는 작업에도 착수했다가 비난이 거세자 대선 이후에 필요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물러서기도 했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드조이 국장의 조치가 우편투표를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CNN에 출연해 "우편 분류 기계 감축 계획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 마련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포함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USPS "투표용지 제 때 도착 보장 못해"


하지만 의도와 무관하게 USPS가 올해 대선에서 참여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편투표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당장 우편서비스가 부실해지면서 대선 투표일 전까지 우편투표용지가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USPS는 최근 46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 보낸 서한에서 "투표용지가 개표 시점에 맞춰 도착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 비중이 이전 대선과 비교해 10배 이상 폭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자칫 대규모 법적 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11월 3일 대선 이후에도 승자를 선뜻 발표하지 못하는 '선거 재앙'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우편투표는 일종의 조기 투표로 각 주마다 규정이 다르다. 텍사스 등지에선 해외근무나 질병 등 일정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반면 특정한 사유 없이 전체 유권자의 우편투표를 허용한 주는 현재 34곳이며, 이 중 우편투표용지를 등록유권자 모두에게 보내는 곳도 11개 주나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싱턴과 버지니아ㆍ펜실베이니아 등 5개 주의 법무장관들이 대선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체국의 운영 변경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우편투표 비난하면서 본인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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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편 투표 방해 의혹을 받는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을 두둔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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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조작 가능성을 내세워 시종일관 우편투표를 공격하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민주당 지지 기반이면서도 투표율이 낮은 흑인이나 젊은층의 투표 확대를 우려하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투표장에 가기를 꺼리는 노년층 역시 우편투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시 불복 명분으로 삼기 위해 자락을 까는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인 경합주이면서 코로나19 재확산 발병 지역인 플로리다에 대해선 우편투표를 권장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WP는 "지난해 9월 뉴욕 맨해튼에서 자신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로 주소를 옮긴 트럼프가 우편투표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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