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소식에 구례 수해지역 또 '비상'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태풍 오면 다 날아가 버리게 생겼는디…"
25일 제8호 태풍 '바비'가 다가온다는 소식에 수해를 입었던 전남 구례군 구례읍 오일시장 상인들은 애타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폭우로 지붕까지 물에 잠겼던 시장은 지난 보름여 동안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제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태풍이 한바탕 몰아치고 나면 그동안의 수고가 물거품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막바지 복구 작업을 하던 상인 김모(71) 씨는 "물난리로 한 번 망했는데 바람으로 또 망하게 생겼다"며 "올해는 왜 이런 난리가 잦은지 모르겠다"고 가슴을 쳤다.
이어 "태풍이란 게 내가 오지 말란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그저 큰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태풍 소식에 바빠지는 수해 복구 |
그러나 조금이나마 대비를 해보려는 상인들의 손놀림은 바빴다.
젖은 상점 내부가 마르도록 분리해 놓은 문을 다시 붙이거나, 잠금장치가 망가진 철제문을 수리하기도 했다.
수해로 집을 잃고 집터만 남은 공터 구석에서 텐트 생활을 하던 양정마을 이재민도 어쩔 수 없이 텐트를 철거해야 했다.
급한 대로 야외 공간에 놓아둔 냉장고와 세탁기는 물론 침구류까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비닐하우스로 옮겨놓았다.
강한 비바람에 물에 젖을까 한쪽에 가득 쌓인 물건들은 비닐로 덮고 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비닐하우스를 지탱하고 있는 끈을 다시 고쳐매거나 새로 결박하기도 했다.
태풍 소식에 걱정 가득한 구례 이재민 |
수해 피해를 겪은 전남 구례와 곡성 등 지자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다시 한번 풍수해를 입을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단단히 대비하는 모양새다.
유실된 제방과 경사면 등을 서둘러 복구했고, 이미 복구된 곳도 다시 한번 안전 점검을 벌였다.
특히 바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낙하 우려 시설물이나 공사장, 식재 나무 고정 상태를 확인했다.
또 태풍으로 갈 곳 없는 이재민들에겐 임시 숙소를 제공해주기로 했다.
구례군에서 수해 복구에 전력을 쏟았던 5개 부대 900여명의 국군 장병들도 태풍이 오기 전 복구 작업을 서둘러 마치고 이날 부대로 복귀했다.
군은 장병들에 대한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패와 환송 행사를 진행했다.
구례군 관계자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너무 컸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복구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며 "태풍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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