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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틱톡의 새 주인 찾기

[박용범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앱스토어에서 중국 인기 앱 삭제 트럼프 행정명령 알파만파… 틱톡과 이별 준비 美 기업들, 위챗 집착은 더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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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2642개 매장을 운영 중인 멕시칸 음식 체인점인 치폴레(Chipotle). 부리또, 나초, 타코 등을 파는 이곳은 가장 대중화된 멕시칸 음식점이다. 고기, 야채가 듬뿍 담긴 부리또는 10달러 안팎이다.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인데, 미국 물가를 고려하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어느 매장을 가나 늘 사람들이 붐볐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3월부터 매장 내 식사가 어려워지며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이제 치폴레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즉시 모바일 주문과 배달, 픽업 서비스를 강화했다. 온라인 주문은 평소 대비 3배가 늘어났다. 치폴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변화의 동력을 확보했다. 틱톡 역시 치폴레의 광고 채널이었다. 미국 내에서 월간 1억 명이 쓰고 있는 중요한 소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틱톡의 주고객층과 치폴레 이용자는 10~30대 젊은 층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틱톡이 격렬해진 미중 간 갈등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자 치폴레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암중모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치폴레는 당장 틱톡에 대한 광고비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폴레는 틱톡과 유사한 모바일 동영상 앱인 미국 ‘트릴러(Triller)’를 통해 새로운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통한 구체적인 마케팅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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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중순을 틱톡 운명과 관련한 데드라인으로 설정하자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틱톡과 함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微信·웨이신)에 대한 제재까지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챗 서비스 모기업인 텐센트와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행정명령에는 앱스토어에서 관련 앱을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마디로 중국 인기 앱을 앱스토어에서 모두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민감한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미중 갈등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정리하면 이렇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틱톡은 포기하더라도 위챗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조다. 중국 영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핫라인을 죽이기에는 너무 많은 고통과 손실이 따르기 때문이다. 치폴레의 마케팅 변화 움직임은 미국 기업들이 틱톡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위챗은 틱톡과 차원이 다르다. 틱톡과 달리 위챗은 중국 내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모든 생태계를 빨아들인 플랫폼이다. 뉴스는 물론 간편결제, 금융·투자, 공공요금 납부, 여행, 배달, 공유경제, 원격진료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서 현금 없이는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지만 위챗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다. 거지도 위챗페이 QR코드를 내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 정도로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기자는 3년 전 중국 출장 시 식사 후에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상당히 고급 음식점이었는데 계산할 때 비자·마스터 카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예 카드 결제망에 제휴가 되어 있지 않다며 위챗페이, 알리페이만 받고 있었다.

중국 내 중국인 외에 전 세계에 흩어진 중국인들도 모두 위챗을 쓴다. 미국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수는 약 380만 명이고 뉴욕 일대에만 7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위챗을 통해 중국 본토와 교신한다. 개인적인 안부 대화는 물론, 거의 모든 비즈니스 관련 대화도 위챗을 통한다. 앱토피아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일 1900만 명이 위챗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 위챗을 차단하려고 할수록 위챗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위챗처럼 종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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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팬데믹 사태에 곤욕을 치르는 미국인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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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미국 중국 간에 위챗이라는 통로가 닫히면 ‘이해의 상실(A Loss of Understanding)’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내 위챗 사용이 막히면 기업들은 틱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쉬운 곳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다. 중국은 이메일을 통한 소통 시대를 건너뛰고 모바일 시대로 넘어갔다. 여전히 이메일이 중요한 소통수단인 미국과는 문화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챗 무력화에 나서자 미국 핵심 기업들은 열흘 뒤 백악관 관계자와 콘퍼런스콜을 가졌다. 애플, 디즈니, 포드, 인텔, P&G, 메트라이프, UPS, 머크, 카길, 골드만삭스 등 10여 개 핵심 기업들은 백악관 관계자에게 위챗 금지가 기업 활동에 막대한 차질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참석 기업들 명단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임을 알 수 있다.

워낙 사안이 민감해, 참석 기업들은 논의 내용에 대해서 함구했다. 백악관은 이번 콘퍼런스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사회기본망과 공공보건, 경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미국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 소비재를 팔고 있는 기업들은 노심초사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분기당 1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애플에겐 독약이 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제거되는 순간 아이폰 판매량은 곤두박질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키처럼 소비재를 파는 기업은 위챗을 통한 광고 등이 매우 중요하다. 모바일 쇼핑족을 잡기 위해서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다. 이런 필수불가결성 때문에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게 된 것이다. 사업 분야 외에 교육, 리서치 등 학문 교류의 단절이 초래될 수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구글, 페이스북 등의 접속을 아예 차단시켰기 때문에 위챗과 같은 역할을 할 대체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태평양을 관통하는 ‘소통의 다리’를 끊겠다고 나섰으니 여파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물론 9월 중순 전에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행정명령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외교적 전략 전술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대외적인 메시지와는 달리 극단적인 방법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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