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박삼구 전 회장 등 총수일가 소유 회사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총수일가는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에도 그룹 재건, 경영권 회복을 위해 불법행위를 강행했다. 이번 적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총 320억원(금호고속 등 총 10개 계열사)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경영진, 법인(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금호아시아나가 경영 위기를 겪으며 시작됐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유동성 위기, 2010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등으로 금호아시아나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관리에 놓이게 된다. 이에 박 전 회장 등 총수일가는 자신들 지분(2016년 41.1%, 2019년 50.9%)이 많고,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을 재건하기로 한다.
금호고속은 주요 계열사 인수를 위해 자금이 대거 필요했지만 재무상태가 열악한 탓에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이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이 대안을 마련한다. 핵심은 아시아나항공에 30년 동안 기내식을 독점 공급할 ‘알짜 사업’을 외부기업에 주는 대신 금호고속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다.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스위스 기업 게이트고메스위스(GGS)와 4대 6 비율로 게이트고메코리아(GGK)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GGK에 기내식 공급 사업을 맡겼다. 뒤이어 GGS·GGK와 같은 그룹인 게이트그룹파이낸셜서비스(GGFS)가 총 1600억원에 달하는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로 인수했다. BW는 발행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권을 이용해 금호고속이 BW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이라며 “기내식 사업과 BW를 묶은 ‘일괄거래’가 아니었다면 BW 인수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 BW 금리(0%)는 정상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금호고속은 금리 차이에 해당하는 총 162억원 과다한 이익을 얻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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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가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대여한 사실도 밝혀냈다. 기내식·BW 거래 논의가 지연되자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급박해졌기 때문이다. 9개 계열사는 전략경영실 지시로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저리(1.5~4.5%)로 신용 대여했다. 이에 따라 금호고속은 정상 금리(3.49~5.75%)와 차이에 해당하는 총 7억2000만원 이익을 얻었다.
공정위는 이번 위법 행위로 총수일가가 얻은 부당이익은 약 80억원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금호터미널 등을 인수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유지·강화되고, 총수 2세로 경영권을 승계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금호고속은 여객자동차터미널 임대·관리업, 고속버스 운송업 시장에서의 지위를 강화해 공정한 거래를 저해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년 전부터 조사가 시작된 만큼 관련 리스크가 매각 협상에 이미 반영됐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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