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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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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 없다" 코로나19 가짜뉴스 퍼뜨리는 보수 진영 유튜버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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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일부 유튜버, 병원서 가짜뉴스 생산

방통위 "코로나 가짜뉴스 엄정 대응하겠다"

전문가 "가짜뉴스 늘어날수록 사회 혼란 가중"

아시아경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 진행자 신혜식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신혜식 대표가 병원에서 방송하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 영상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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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확진돼도 아픈 데는 없습니다.", "코로나19 초기 증상이 감기인지 구별이 안 되네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성향의 일부 유튜버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건 아무것도 없다', '특정 집단만 진단검사 한다' 등의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있어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일부 유튜버들이 가짜뉴스를 생산하면 해당 채널의 구독자들이 이를 시청하면서 또 다른 허위정보를 양산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는 일부 유튜버가 정부에게 코로나19 관련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자가격리 생활을 영상으로 담은 일명 '브이로그(Vlog)'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 유튜버가 이 같은 '브이로그' 형식을 활용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129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신혜식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병상에서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왜 특정 집단만 조사하나. 우파들은 죄다 격리 조치시키고, 이낙연 (전) 총리는 막 돌아다니게 한다. 서로 기준이 다르다"며 "코로나 걸린 게 죄인가. 정부 때문에 걸린 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또 신 씨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검진도 안 하고 앉아 있다. 이럴 바에 집에 있는 게 낫다. 왜 국민을 못 믿나. 잠재적 범죄자인가. 집에 있으면 다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나. 선진국에서도 이렇게 안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은 약 29만 회 시청됐으며, 일부 시청자들은 '확진자 아닌 사람이 병원 가서 확진될까 두렵다', '신 씨를 병원에 가둔 것은 교회를 탄압하는 것이며, 해당 유튜브 방송을 탄압하는 셈이다'고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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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사진=유튜브 '주옥순TV 엄마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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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보수진영 유튜버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병상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약 먹으니까 기침이 싹 가라앉았다. 코로나 초기 증상이 감기인지 구별이 안 된다. 쉬고 있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까 기침 한 번도 하지 않고 잘 낫고 있다"고 말했다.


주 씨의 이 같은 발언에 누리꾼들은 "백신도 필요 없는 사기였다", "폐렴이 코로나를 뒤집어써서 폐렴 사망률이 줄었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그는 또 다른 방송에서 "정부가 신라젠 사태,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같은 비리를 감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를 이용해 국민을 이념 탄압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핑계로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일부 유튜버가 코로나19 관련 문제 발언을 하면 해당 채널의 구독자들이 댓글 창에서 이를 확대 해석해 새로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식이다. 이들 방송이 사실상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장이 되는 셈이다.


일부 보수 진영 유튜버들의 도 넘은 유튜브 활동에 시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로부터 치료 지원을 받으면서 의료진과 방역당국에 제대로 협조하기는커녕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유튜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비판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짜뉴스 생산자 엄한 처벌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회 혼란을 부추기려 상습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시키는 몰상식한 자들을 위한 강력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사회의 악인 가짜뉴스는 있어서도 안 되고 유포시켜서도 안 된다"며 "건전한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서 강력한 법 개정을 청원한다"고 했다. 해당 청원은 28일 오전 11시 기준 295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현행법상 보수 진영 유튜버들이 병원 내에서 방송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의료법이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등에 병원 내에서의 방송 촬영 등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 유튜버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명예훼손성 발언을 한다면 정보통신망법이나 형법 위반 혐의로 처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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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짜뉴스 생산자 엄한 처벌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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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25일 "코로나19 가짜뉴스는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고, 방역 활동을 방해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며 "방통위는 중앙사고수습본부·경찰청 등과 범정부 대응체계를 가동해 가짜뉴스를 신속하게 삭제·차단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이 같은 가짜뉴스가 확산될 경우,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이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가짜뉴스를 활용해 정부를 비판하고, 코로나19 관련 책임을 전가하는 유튜버들이 있는가 하면 가짜뉴스를 활용해 '야당이 문제'라는 식으로 루머를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가짜뉴스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더욱 불안해진다"고 했다.


곽 교수는 "가짜뉴스가 '가짜'라고 실제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그동안 사람들이 허위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믿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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