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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41차례나 `바이든` 들먹이며 "나약·親중국" 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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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7일(현지시간) 밤 백악관 잔디밭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은 그가 임기 내내 해왔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랠리의 축소판이자 완결판이었다. 그는 델라웨어주에서 청중 없이 24분간 수락 연설을 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는 정반대로 백악관에 가족, 각료를 비롯해 지지자 1000여 명을 모아놓고 70분간 '원맨쇼'를 펼쳤다.

백악관에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백분 활용했고, 연설이 끝난 뒤에는 워싱턴 모뉴먼트 위로 '트럼프(TRUMP)'를 수놓은 화려한 불꽃놀이도 빠지지 않았다. 그가 연설 중 뒤편의 백악관을 가리킨 채 "우리는 여기에 있고, 그들은 없다"고 말하자 청중은 "4년 더"를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려 41번이나 바이든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바이든 후보가 지난주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의도적으로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은 것과 정반대 전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이번 대선을 '미국 영혼이 달린 싸움'이라고 규정한 것을 조롱하듯 "바이든은 미국 영혼의 구원자가 아니라 일자리 파괴자"라며 "그는 블루칼라 노동자의 꿈을 이용해 자신의 경력을 채웠다"고 비난을 시작했다.

이어 "4년 전 내가 대통령에 출마한 것은 조국에 대한 이 같은 배신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미국을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는 사악한 나라로 본다"며 "그들은 미국을 인종차별과 불평등의 땅이라고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47년간 정치를 하며 부통령까지 지낸 바이든 후보를 가리켜 '실패한 정치계급'이라고 꼬집은 뒤 "바이든은 나약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펴낸 110쪽 분량의 정책은 '미친 버니 샌더스'와 같이 쓴 것"이라며 "그는 사회주의를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받는 바이든 후보를 몰아붙인 것은 바이든 후보의 중도표 잠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2016년 후보수락 연설에서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힐러리 뒤에는 대기업과 엘리트 언론, 고액 기부자가 포진해 있다"며 "그녀는 꼭두각시"라고 주장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현지 언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놓고 바이든 후보의 발언을 오도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셧다운(경제활동 중단)'이 실시될 것이라며 "그의 계획은 해결책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굴복"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의학계 요구가 있을 때 셧다운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지, 당장 셧다운을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에게 국경을 열고 40만명에 달하는 죄수를 풀어줄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통적 지지층인 백인 보수층을 향해서는 낙태 반대, 총기 소유의 권리, 폭력시위 강경 진압 등을 내세웠다. 특히 민주당 쪽으로 흔들리는 교외 거주 백인을 겨냥해 "바이든은 수정헌법 2조를 지우고 여러분의 총을 빼았을 것"이라고 말했고, "민주당이 차지한 도시는 모두 폭력에 사로잡혔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후보 공약은 총기 규제 강화지 소유 금지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흑인 유권자를 겨냥해서는 "나는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흑인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정당, 두 후보 간 이념과 철학, 비전이 지금처럼 다른 적은 없었다"며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를 향한 공세가 날카로웠던 것에 비해 집권 2기 청사진은 4년 전 전당대회 연설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평가다. 그는 "중국 바이러스 이전까지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했다"면서 "앞으로 4년간 미국은 세계 제조업의 슈퍼파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감세, 규제 완화, 불법 이민 차단, 법질서 강화 등을 집권 2기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 역시 4년 전 강조했던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도된 주장으로 바이든을 공격했다"며 "행사 참석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연설로 당선 가능성을 끌어올렸다"고 추켜세웠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말한 모든 폭력 사례는 그의 리더십 아래 이뤄진 것을 기억하자"며 "트럼프는 나라를 망쳤고, 우리는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양당 전당대회가 모두 마무리되고 이제 대선까지는 68일이 남았다. 두 후보는 다음달 2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첫 TV 토론에서 정면승부를 시작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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