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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전문가 5인 "트럼프·바이든 누가 되든 주한미군 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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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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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당이 각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하면서 치열한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민주·공화당의 차기 대외정책 기조도 일정 부분 윤곽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92쪽 분량의 대선 정강ㆍ정책을 발표했다. 대외정책 기조의 큰 틀은 미국의 동맹 회복과 다자주의 체제 복원이다. 전통적인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복원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핵화 외교 캠페인을 펴겠다”고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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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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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별도의 정강ㆍ정책 발표 없이 트럼프 캠프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요지만 공개했다. 해외 주둔 미군들을 복귀시키고, 동맹국들로부터 방위비를 더 받아내는 한편 중국에서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는 등의 과제가 담겼다.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정책은 직접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1기의 노선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중앙일보는 29일 국내 외교ㆍ안보 전문가 5명에게 차기 미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전망과 한국 정부의 과제를 물었다. 사안별로 질의·응답을 재구성했다.

Q : 미·중 전략경쟁 속 한국 압박 누가 더 셀까.

A :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하 전재성)=트럼프는 중국 체제와 주권을 공격하는 신냉전론자인 반면, 바이든은 인권문제 등 특정 행동(behavior)을 문제 삼는다는 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이든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설정한 후 다자 협력체제로 중국을 포위할 거다. A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이하 김성한)=당장 ‘한국은 누구 편이냐’는 노골적인 말은 당연히 트럼프가 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말은 부드러워도 조직적으로 좁혀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미국 중심 질서에 한국이 편입할 거냐 말거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압박 강도엔 차이가 없다.

Q : 트럼프 재선 시 주한미군 감축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A :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하 천영우)=트럼프는 한·미동맹에 대한 이해가 없고 이해하려고도 안 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특유의 돌발 이슈로 보인다. 바이든이 되면 이 정도로 노골적이진 않을 것이다. A : 전재성=트럼프의 충동적인 주독미군 철수 결정보다 미 국방부의 대중 전략에 따른 전 세계 미군의 재조정이 중요하다.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을 수정하면서 주한미군이 대북한에서 대중국 견제용으로 목적이 변화할 때, 한국은 어디까지 동의할 수 있나. 그걸 고민해야 한다. A :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하 김흥규)=시간 문제일 뿐, 미국의 어느 정권이든 주한미군의 감축과 전환은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 현재 미군 배치는 한국전쟁 이후 냉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은 압박용이 아니라 실제 레버리지이기 때문에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정부가 처한 협상 입지는 어려울 것이다.

Q : 트럼프 정부 2기 북한 비핵화 협상 전망은.

A : 천영우=한국 정부 입장에선 트럼프를 움직이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에서 성과가 난다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버린다든지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다.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중단 약속도 일방적으로 해버렸다. A : 김흥규=트럼프도 마지막 임기에 얼마나 성과가 날지 경제적 합리성을 따질 거다. 힘을 쏟아서 정치적 유산을 남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트럼프 1기 때 같은 탑다운 국면이 재개될 거라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다. A : 김성한=큰 틀에서 봤을 때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대북 봉쇄전략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을 거다. 성공한 트럼프도 북한에 핵 실험이 없고 김정은과 좋은 관계만 유지한다면 쉽게 움직일 이유가 없다. 트럼프 2기에서 북한 문제는 미·중 문제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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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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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까.

A : 김성한=바이든이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재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A :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하 김병연)=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경제 제재와 관련해서는 바이든이 더 적극적으로 구사할 거다. 트럼프는 재무부를 막았다. 대신 바이든은 북한과의 협상을 장기 과제로 보고 우선순위에 안 둘 수 있다. 강한 제재, 코로나19로 경제가 지탱이 안 되면 김정은은 판을 흔들려 할 것이다. 결국 도발로 가게 되고, 바이든-김정은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초기 어젠다로 북한 문제를 끌어올리는 게 한국의 과제다. A : 전재성=바이든은 트럼프에 비해 중국과 북핵 문제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대중 압박에만 집중하느라 북핵 문제를 상의할 공간이 많지 않다. ‘전략적 인내 2.0’으로 가기엔 북한 핵이 너무 고도화됐다. 미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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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28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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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느 후보가 한·일갈등 중재에 더 적극적일까.

A : 김성한=중국에 대한 봉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개입할 거라 본다. 이럴 때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카드를 자꾸 꺼내는 건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지소미아 카드는 접어야 한다. A : 전재성=트럼프 대통령은 동아시아 구도에 대한 이해가 없고 잘 몰라서 개입하는 걸 피곤해했다. 바이든은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 공동 전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다. 한·일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바이든 자문그룹들도 적극 중재를 통한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꼽는다. 한국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

Q : 문재인 정부 후반기 대북정책 방향은.

A : 전재성=남북관계가 아니라 대미외교에 올인해야 한다. 바이든 당선 시 김대중-빌 클린턴 이후 한·미가 민주당-민주당 조합이 처음이다. 북한 인권문제 등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한반도 정책 자문그룹까지 모든 대미 외교 전선에서 일대일로 붙어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A : 천영우=지금 상황에선 김정은도 한국에 기대하는 게 없다. 한국이 미국을 움직이거나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걸 알아서다. 우리의 대북 레버리지는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데 스스로 약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이걸 되살려야 하는데 현 정부는 북한의 고통 경감이 미국의 정책 목표인 비핵화보다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A : 김흥규=핵을 가진 북한, 보다 대립적인 북·미관계를 상정하고 대북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교류든 관여든 기본은 북한과 '대항적 공존'을 준비하는 게 첫번째다. A : 김병연=남북경협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안 된다. 한·미관계까지 악영향을 미칠 거다.

Q : 한국의 가장 시급한 대응과제는.

A : 김병연=트럼프식으로 세계 경제 공급망을 미ㆍ중 블록으로 완전 분리하는 건 현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안별로 남중국해, 홍콩 인권 문제는 당사국들이 있으니 한국은 간접적인 입장에 머물러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 의존성은 장기적으로 줄여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정부가 우리 기업들과 의미 있는 소통을 해야 한다.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천천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A : 김흥규=미·중은 2차 냉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다지고, 중국과 연합하는 ‘결미연중(結美聯中)’ 전략을 펴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대한 안보적 자율성과 중국에 대한 경제적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한국과 같은 고민에 빠진 호주, 독일 같은 나라와 손잡고 외교 공간을 넓혀야 한다.

이유정ㆍ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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