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문 닫은 자영업자 "내보낸 직원과 알바자리 경쟁하게 생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운영하던 야간주점 등 일시 휴업

사장들, 택배 등 단기알바 찾아나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 운영자

“환불 전화올 때마다 속 까맣게 타”

중앙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스타벅스. 곽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전 내보낸 직원과 알바 자리 놓고 경쟁하게 생겼습니다.”

서울 여의도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 모(46) 사장은 30일부터 8일 동안 가게 문을 아예 닫기로 했다. 어차피 오후 9시 이후 매출이 대부분이라 그 와중에도 나가는 임대료를 벌기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는 “요새 대리기사도 일거리가 거의 없고, 그나마 배달 쪽이 돈이 된다고 들었다”며 “쿠팡이츠에서 하루 20만~30만원씩은 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중순부터 장사가 너무 안되다 보니 한 명뿐이던 직원도 내보냈는데, 이젠 함께 일자리를 알아보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라 30일 0시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수도권에 있는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제과점의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됐다. 야간 영업을 주로 하던 주점들은 아예 휴업에 들어갔다.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관리비, 임대료, 대출 이자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가게 사장들은 단기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배달대행업으로 향하고 있다.



알바든 서비스든…"배달만이 살길이다"



중앙일보

스타벅스는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곽재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대치동에서 10년 넘게 순댓국집을 운영해 온 김 모(56)사장은 "차라리 전면 영업 중단을 하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최근 몇 달간 적자였는데 오후 9시 이후로 포장이나 배달만 하라는 건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차라리 영업 중단시키면 포기라도 할 텐데 밤새 손님 전화만 기다려야 하니 미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음식 맛 때문에 배달 서비스는 주저했는데 이제는 고민된다”며 “8일은 어떻게든 버터 보겠지만, 더 길어지면 앞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임대료 좀 깎아주면 안되나"



중앙일보

여의도의 한 스타벅스에서 점원이 들어오는 고객마다 체온을 확인하고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 배정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모두의 방역을 위해 영업 제재를 결정한 만큼 자영업자를 위한 구제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조 모(71) 사장은 “ 최근 직원 한 명을 또 내보내면서 버텼는데 2.5단계 조치가 발표된 이후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식당은 ‘착한 임대인’ 덕에 임대료도 내렸다는데, 우리는 그대로”라며 “구청이 나서서 중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 손님이 줄을 서던 강남의 한 평양냉면 전문점도 30일 점심 땐 고객이 단 세 테이블에 불과했다. 이곳의 점원은 "손님보다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조만간 사장님이 나오지 말라고 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외식업체뿐 아니라 헬스장을 비롯한 요가ㆍ필라테스ㆍ스크린골프장과 같은 실내 체육시설도 모두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구 피트니스 시설에서 근무하는 트레이너 이 모(32) 씨는 “트레이너의 주요 수입인 개인 트레이닝(PT)이 끊기면서 수입도 끊겼다”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전화가 올 때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제과점에 앉아 음료 먹고 수다 떠는 고객도



중앙일보

30일 오후 1시 여의도의 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는 커피를 마시는 위해 들어온 고객들이 있었다. 점원은 카운터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느라 다른 손님이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출입 명단에 이름을 적으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배정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은 테이블과 의자를 치우고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전환했다. 30일 중앙일보가 찾은 서울 삼성동 스타벅스 매장 입구에는 ‘수도권 방역조치’에 대한 안내문과 함께 체온측정기, 손 소독제, QR코드 전자출입명부 기기가 놓여있었다. 매장에 들어선 고객은 직원 안내에 따라 네이버, 카카오톡 등에서 QR코드 발급받아 제시하고,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측정 결과 정상 체온 범위 내에 든 고객만이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주문 대기 줄에 설 수 있다. 주문은 다른 고객과 1m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진행된다.

중앙일보

30일 오후 1시 여의도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고객들이 입석한 모습. 배정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날 여의도 일대 일부 베이커리 카페 내부에서는 고객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마스크를 내리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일부 보였다. 노트북을 가져와서 일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직원이 카운터에서 계산 업무를 보느라 고객이 들어온 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목격됐다.

제과점업이라 내부에서 빵·음료 섭취가 가능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측은 “가맹점주들에게 테이블 간 거리두기를 지키고, 가급적이면 내부에서 취식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고객들에게 안내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포장·배달만 가능해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프랜차이즈형 커피 전문점들은 배달 강화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모바일 투썸의 투썸오더, 요기요를 통한 주문배달 서비스 등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매장 수로는 업계 1위인 이디야커피는 연초 1206곳이었던 배달 가능 매장을 최근 1618곳으로 늘렸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이 많기는 하지만, 내점 고객을 상대하는 대형 매장도 있기 때문에 이런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배달 서비스를 늘리지 않고는 어려워진다"며 "배달을 늘릴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곽재민ㆍ배정원 기자 jmkwa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