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 질서" 바이든 "폭력 조장" 공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9일 트럭을 타고 인종차별 시위가 진행되는 포틀랜드로 진입하고 있다. 포틀랜드=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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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재확산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시위대와 친(親) 트럼프 성향의 자경단간 유혈 충돌로 격해지면서 대선 국면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폭력 사태 책임을 두고 거친 공방을 주고 받으며 뚜렷이 대비되는 쟁점화를 시도해 표심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최근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는 벌써 3명이나 된다. 2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서 17세 백인 청소년의 총탄에 시위대 2명이 숨진 데 이어, 29일에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반대로 자경단 한 명이 총격 피해로 사망했다. 앞서 5월 미국 내 반(反)인종차별 시위를 촉발한 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시위가 격화하자 트럼프 지지자들도 법ㆍ질서 회복을 기치로 총을 들고 거리로 나오면서 유혈 충돌 사태가 현실화한 것이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합법이나 자경단이 경찰 공권력을 대신해 총으로 단속 행위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마다 자경단을 규제하는 근거가 제각각이고, 이들이 총기를 들고 야외로 나오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아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갈수록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커노샤에선 경찰이 “자경단 활동에 고맙다”고 말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나돌아 경찰이 폭력 사태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시위 진압을 거듭 공언해 자경단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그는 30일 트위터에 잇따라 글을 올려 “포틀랜드는 바보를 시장으로 둔 이상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방군 투입을 주장했다.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또 “범죄에 반대 목소리도 내지 않는 남자는 절대 그렇게 못할 것” “민주당이 운영하는 도시에서 폭력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길은 힘 뿐” 등 바이든 후보를 겨냥한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실제 트럼프는 시위 폭력성 부각을 핵심 대선 전략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1일엔 2차 시위의 진앙인 커노샤를 찾아 경찰의 과잉 대응보다 시위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반면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폭력 유발의 책임을 자경단에 돌리며 트럼프의 외눈박이 행보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바이든은 포틀랜드 총격 사망 사건 관련 성명에서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면서도 “대통령이 무모하게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트럼프를 정조준했다. 이어 “(트럼프는) 우리 사회의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하고 공포정치를 통해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캐런 배스 하원의원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법과 질서를 강조하지만 정작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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