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재판서 증언…"상식이 색안경 될 수도" 주장하며 정당화도
조주빈이 지난 3월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공유한 주범 조주빈(24)이 자신이 만든 성착취물을 '브랜드화'하려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조씨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범 한모(27)씨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진술했다.
검찰이 피해자들에게 새끼손가락을 드는 등 특정한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도록 한 이유를 묻자 조씨는 "돈을 벌 목적으로, 제가 만든 성착취물을 브랜드화할 요량이었다"고 답했다.
조씨는 박사방 회원이 피해자를 오프라인에서 만나 직접 성적 학대를 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날 재판을 받는 한씨가 성적 학대에 가담한 당사자다.
조씨는 한씨에게 이를 제안한 상황을 두고 "일상생활에서 '밥 한 끼 먹을래?'라고 말하듯이 그냥 '오프할래?'라고 했다"며 "정상적인 세계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설명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 착취를 한 혐의에 대해서도 "상식이 색안경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을 정당화했다.
그는 공범인 '태평양' 이모(16) 군보다 한 피해자의 나이가 한 살 많다는 점을 거론하며 "피의자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로 보면서, 또래가 피해자가 됐을 때는 돈이나 사회를 모르는 존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러면서 "구매자나 방관자나 피해자나 상식 밖의 세상에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라며 "진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으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검찰이 조씨와 공범들에게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한 내용으로 주로 진행됐다.
검찰은 박사방이 수괴인 조씨를 비롯해 38명의 조직원으로 구성된 범죄단체이고, 이들이 74명의 청소년 및 성인 피해자를 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고 본다.
'박사방 공범' 강훈. [연합뉴스 자료사진] |
조씨는 다른 공범들이 박사방을 관리하도록 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관리자를 맡으면 운영이 수월했다"면서도 "몇몇 외에는 공범이라 생각한 적도 없고 애착을 가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역할 분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역할 분담은 아니고 같이(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또 성 착취 영상 제작에 다른 이들을 참여시킨 것을 두고 "그들에게 돈을 받은 입장이기에 고객이라 생각했다"며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씨에 앞서서는 측근인 '부따' 강훈(18)이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박사방의 운영을 맡았고, 조씨의 지시로 범죄수익금인 가상화폐를 환전해 주면서 교통비 등을 일부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회원들의 역할 분담으로 더 많은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가 이뤄진 것 아니냐"고 묻자 강 군은 "조주빈의 범행이 더 용이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정확히 어떤 역할분담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자신이 조력한 덕분에 범행이 용이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피의자 (GIF) |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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