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당원 빼고 국회의원만 참여
“민주주의 기본 지켜야” 당내 반발에
니카이 간사장 “새 체제 확립 시급”
언론들 “이시바 힘 빼려는 속셈” 비판
일본 자민당이 국회의원 중심의 약식 선거로 차기 총리를 선출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1·2위 파벌의 지지로 출마 선언 전부터 유력 차기 총리 후보가 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30일 <로이터> 통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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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당원을 뺀 국회의원 중심의 약식 선거로 확정됐다. 여론과 당원의 의견은 무시한 채 당내 파벌이 주도하는 ‘구태 정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당내 1, 2위 파벌의 지지 표명으로, 공식 출마를 선언하기도 전에 당선이 유력해진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자민당은 1일 오전 11시부터 차기 총재 선거 방안을 논의했으며 국회의원(중·참의원) 중심의 양원 총회 방식으로 결정됐다고 이날 오후 밝혔다. 회의에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당원이 투표에 참여해야 새로운 총리도 힘이 실린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당원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바야시 후미아키 자민당 청년국장도 “시간을 갖고 정책 논의를 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일 ‘당원 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고 하루 만에 국회의원 143명, 지방의원 403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총리 선거 전반을 맡고 있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코로나 대응도 있는 만큼 조속히 새로운 체제를 확립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최종적으로 양원 총회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서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제안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 자민당 총재가 총리에 오른다. 자민당 규정에는 총재를 선출할 때 국회의원(394표)과 당원(394표)에게 표를 똑같이 부여하도록 돼 있다. 다만 긴급한 상황에서 약식으로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국회의원과 47개 도도부현의 각 지부 연합회 대표(1곳당 3표, 총 141표)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양원 총회는 전체 투표수 535표 중 국회의원 몫이 74%를 차지해 당내 의원들의 모임인 파벌이 총리 선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실제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최대 규모인 호소다파(98명)와 그다음으로 큰 아소파(54명)가 31일 스가 장관 지지를 결정하면서 스가 장관은 하루아침에 당선 유력 인사가 됐다. ‘스가 대세론’이 형성되자 다케시타파(54명), 이시하라파(11명) 등 나머지 파벌들도 스가 장관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측근들을 냉대한 적이 있는 만큼, 파벌들이 늦기 전에 줄을 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파벌 중심 총리 선출에 대해 당내뿐 아니라 여론의 시선도 따갑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당원들의 중요한 권리인 투표권을 빼앗으면서까지 새 총재 선출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당원 지지 기반이 튼튼한) 이시바 전 간사장의 힘을 빼고 파벌의 합종연횡으로 결정하겠다는 속셈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에서 “코로나 때문에 파벌 우선으로 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리를 듣는 방식의 선거가 돼야 차기 총리도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한때 아베 총리의 후계자로 불렸던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이날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파벌은 의원 19명인 소수 그룹이라 총리를 노리기엔 역부족이다. 기시다 정조회장도 자신의 파벌(47명) 말고는 지원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자민당은 14일 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최종 협의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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