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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제치고 스가 총리 만들기, 아베의 계획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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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사임해 ‘약식 선거’ 요건 마련

파벌 지지 영향 커 측근 스가 유리

‘여론조사 1위’ 이시바는 진퇴양난

“당원 투표 안하면 담합 총리” 분개

건강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뒤를 이을 새 자민당 총재를 선출하는 방식이 결국 약식 선거로 결정됐다. 자민당은 1일 총무회를 열고 당원 투표 없이 양원(중·참의원) 총회로 새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과 NHK가 보도했다.

중앙일보

스가에게 쏠린 자민당 파벌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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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당칙에 따르면 새 총재는 원칙적으로 당 소속 중·참의원(현 394명)과 당원(394명)이 각각 동수의 표를 행사하는 선거로 선출하게 돼 있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경우 국회의원들과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약식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8일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히며 후임 자민당 총재 선출은 긴급을 요하는 사태가 됐다. 약식 선거는 자민당 내 파벌들의 지지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베 총리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유리하다. 반면 아베 총리의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국민 지지는 높지만, 파벌 지지는 약해 불리하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이런 정치 역학을 고려해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는 이미 자민당 의원의 60%에 가까운 지지를 확보했다. 당내 최대 파벌이자 아베 총리가 소속된 호소다파(98명)는 지난달 30일 간부회의를 열어 스가 지지를 결정했다. 2위 아소파(54명)를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도 파벌 의원들에게 “스가에 투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4위 파벌 니카이파(47명)도 스가 지지를 선언했다. 세 파벌의 의원 수를 합하면 자민당 의원(394명)의 절반을 넘는다. 스가는 이르면 2일 출마를 선언한다.

‘스가 독주’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책을 안정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자민당 지도부의 생각이 반영됐다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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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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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들의 신속한 스가 지지로 유력한 총리 후보였던 이시바는 진퇴양난이다. 당초 높은 대중 지지를 바탕으로 니카이 간사장의 지원을 받아 분산된 표를 모으려 했지만, 스가 대세론으로 표 확보가 어려워졌다.

이시바는 아베 총리 사임 직후 교도통신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34.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대중 선호도는 당원 투표를 통해 반영되는 만큼, 자민당이 총재 선거에서 당원 투표를 생략하면 이시바의 당선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시바파의 간부는 “당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담합 총리’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분개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시다는 자신이 이끄는 기시다파(47명)에 더해 호소다파와 아소파 지지를 얻어내 승세를 굳힌다는 전략이었으나 무산됐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집행부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생각밖에 없다. 이렇게 정치하면 국민에게 버림받는다”고 우려했다. 당 관계자도 아사히신문에 “약식 선거를 치르면 4000엔의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닿을 곳이 없어진다. ‘밀실 총재’를 뽑는다면 당원 이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은 오는 8일 총재 선거를 고시하고 14일 투표를 한다. 이후 16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총리가 확정된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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