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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한국은행 前총재 "2차 재난지원금, 어려운 사람부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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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기부..이웃과 사회를 위해

우리 사회, '천민자본주의' 벗어나야

양극화 심화될 것..정부 역할 커진다

2차 재난지원? 필요한 사람에게 선별

재난지원, 국가 재정 상황 고려해야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승(前 한국은행 총재)

‘우리나라의 부유층들이여, 재산의 절반만 상속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회로 환원하자.’ 제 말이 아니고요.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박승 전 총재의 말입니다. 이 말씀 들으시고는 ‘아유, 말은 누가 못해? 실천이 어렵지’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박승 전 총재는 말로만 주장한 게 아니라 실제로 자신의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전 재산 10억 원을 김제 백석초등학교에 기부를 해서 지금 화제입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 이 기부에 대한 철학 그리고 경제학자가 내다보는 이 코로나 이후의 경제상황까지 한번 들어볼까요? 박승 전 총재 연결이 돼 있습니다. 총재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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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84)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일 모교인 전북 김제 백석초등학교에 장학기금 10억원을 기부했다. 특히 이번에 기부한 10억원은 박 전 총재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전 재산이어서 큰 울림을 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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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까?

◆ 박승> 네, 그럼요. 건강합니다.

◇ 김현정> 정말 방송에서 지금 제가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네요.

◆ 박승> 네, 오랜만이에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번에 10억원을 기부하셨다길래 저는 한 전 재산 100억 원쯤 있으신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웃음)

◆ 박승> 몇 푼 됩니까? (웃음)

◇ 김현정> 전 재산을 기부하신 거더라고요.

◆ 박승> 네.

◇ 김현정> 아니, 어떻게 이 귀한 돈을 기부하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 박승> 뭐 아시다시피 저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서 대학 교수나 공직자로 살지 않았어요? 제가 저축을 했으면 얼마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이것을 제 다섯 자식들에게 주지 않고 학교에 내놓기로 한 것은 제 나름대로 사실은 뜻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잘살면 되는 그러한 경쟁 사회가 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빈부격차는 커지고 부는 세습되고 계층 상승은 안 되고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고.

◇ 김현정> 그렇죠.

◆ 박승> 제가 볼 때 이런 사회는 바로 천민자본주의 사회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늘어도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함께 못 사는 사회로 가게 된다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면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사회로 갈 수는 없는가. 이 체제의 최대 수혜 계층이 부유층인데 부유층이 소외계층을 배려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것은 세금을 많이 내고 기부도 하고 기업 경영도 사회적 가치 경영을 하고 그래야 된다는 뜻이죠. 사실 저 미국에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또 이런 거부들이 거의 전재산을 기부하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맞습니다.

◆ 박승> 그 기부한 취지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부자도 아니고 돈도 몇 푼 안 되지만 적은 것이지만 내가 몸소 실천하자. 그래서 지금부터 3, 40년 전부터 자식들하고 함께 의논하면서 그러기로 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동안 여기저기 기부를 해왔죠.

◇ 김현정> 그렇죠. 지금까지 해 오신 돈이 한 누적 25억 정도 하셨더라고요.

◆ 박승> 대충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나와 내 가족을 잘 살게 하면 행복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가 볼 때는 작은 것입니다. 보다 큰 성취감과 행복감은 우리가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할 때 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저 자신의 큰 행복과 성취를 위해서 있는 재산, 이번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우리 사회 이른바 부유층, 엘리트, 사회 지도층들이 이런 일들을 솔선수범 해 주는 게 참 중요하다는 얘기를 꾸준히 해 오셨어요. 그리고 실천하신 건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 눈에 띄게 심각해지고 있죠.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금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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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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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 양극화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퍼질 겁니다.

◇ 김현정> 이제 시작입니까?

◆ 박승> 네, 시작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 생산이나 경제 활동이나 모든 것이 사람의 손을 떠납니다. 말하자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생산을 하면 사람 노동력이 점점 필요가 없어지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국민 대다수는 할 일이 없어서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점점 이런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양극화는 커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여기서 이른바 나오는 것이 요즘 기본소득제라는 것이죠. 이 기본소득제는 이처럼 국민 대다수가 실업자가 되면 모든 사람에게 정부가 소득을 나눠주자 이런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박승> 이것이 선진국에서 다 실패하고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맞지도 않고 그렇습니다만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서 정부가 소득재분배를 해야 되는 역할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큰정부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사실 어제 저희가 소설가 김훈 선생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김훈 작가, 물론 경제학자 아닙니다마는 김훈 작가도 비슷한 말씀 하시더라고요. ‘이제 다가올 미래의 정부는 고통을 나누는 일, 분배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해야 될 것이다.’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시네요.

◆ 박승>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기본소득제 얘기도 지금 언뜻 하셨습니다마는 아직 우리는 기본소득을 매달 주는 이런 제도는 시행해 본 적 없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2차를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지금 사실은 논란 중이에요. 가긴 갈 것 같은데 이걸 전 국민한테 또 주느냐, 아니면 선별 지급하느냐. 왜냐하면 곳간 문제가 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승> 이번에 안 갔으면 했는데 이번에도 안 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제2차 기본소득으로.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박승> 결국은 갈 것으로 보는데. 준다면 모든 국민에게 줘서는 안 된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선별지급하자. 사실 지난번에는 (모든 가구에) 똑같이 주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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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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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100만원씩이요.

◆ 박승> 저는 그거 받지 않고 정부에 되돌려 보냈습니다.

◇ 김현정> 환원하셨군요.

◆ 박승> 그런데 왜 저 같은 사람에게 지원금을 줍니까? 그거 아니라도 아무 걱정 없이 먹고사는 사람인데. 그런 돈이 있으면 정말 필요한 사람, 가게 문을 닫아서 고통받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줘야죠.

◇ 김현정> 그 당시에 뭐였냐면 받을 사람, 안 받을 사람을 거르는 데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들고 돈이 드니 그냥 일제히 빨리 주자 그게 더 낫겠다, 이런 판단이었던 것 같거든요.

◆ 박승> 그 당시 부총리가 그렇지 않다고 그랬습니다. 선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그러면 사실 박승 총재께서는 앞으로도 앞에서도 말씀하셨듯이 재분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고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보시는 분이 보기에도 이번에는, 지금의 재정 상황에서는 선별적으로 낫다는 말씀이세요?

◆ 박승> 그렇습니다. 지금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가 돈을 마구 풀고 금리를 제로로 내리고 하지 않았어요? 뭐 그 방법밖에는 없죠, 현재는. 당장 워낙 급하니까 그렇게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엄청날 겁니다. 그것도 생각해야 돼요. 재정 문제도 있고 또 그것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 또 아직은 그런 문제는 아니지만 증권 투기 이런 자산 거품, 이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 사실 이런 상태가 오래 가면 경제 틀이 망가집니다.

저도 지금 그렇게 안 오기를 바라지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대로 집값 폭등하는 걸 정부가 막지 못하고 가령 지금처럼 막 뛰어간다면 이거 어떻게 되겠는가, 이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경제 불안에 엄청난 문제가 나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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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 이렇게 이거를 막으려고 할 수없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할 거예요. 그리고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할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하루 아침에 집값 폭락할 거고. 지금도 만일 금리를 올리고 돈을 거둬들인다면 아마 집값 폭락할 걸요?

◇ 김현정> 집값 폭락, 주가 폭락.

◆ 박승> 거기다가 가계부처는 어떻게 될 겁니까? 수백조 원에 달하는 이 가계부채. 금리를 올려놓고 돈 갚으라고 하고 유동성 회수하면서 돈 갚으라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상황은 우리가 절대 오도록 해서는 안된다.

◇ 김현정> 굉장히 중요한 부분들을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경제는 폭등도 안 되고 폭락도 안 되고 너무 풀어도 안 되고 너무 조여도 안 되고 밸런싱. 균형 잡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렇게 거시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이야기를 다시 좀 돌리자면 지금 재난지원금 지급해야 될 것 같긴 하지만 선별지급이 맞다고 본다, 이런 말씀으로 정리가 되겠습니다.

◆ 박승> 네.

◇ 김현정> 국회에서 이야기 논의할 때 아마 박승 전 총재의 이런 말씀들이 참고가 될 것 같고요. 총재님, 이런 귀한 말씀을 계속 주시기 위해서라도 건강관리 잘하셔야 될 것 같고요.

◆ 박승> 네, 건강에 유의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럼요. 건강하셔야 되고. 지금 듣고 계신 많은 분들이 다른 것보다도 이 기부 정신에 대해서 감동을 받고 계세요. 나는 이렇게 돈이 많지도 않은데 내가 이거를 선뜻 기부한다고 도움이 되겠어?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께 한 말씀.

◆ 박승> 글쎄요, 막 없는 사람은 할 수 없죠. 그렇지만 돈이 여유가 있는 부유층들은 자식에게만 모두 100%다 이렇게 상속하려고 하지 말고 이웃과 우리 사회를 위해서 사회에도 내놔줬으면, 그러면 우리 사회가 훨씬 따뜻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국민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결국 코로나라는 놈을 만나고 나니까 이게 우리가 다 한 덩어리로 연결돼 있구나. 온 세상이.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돼요.

◆ 박승>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함께 잘 돼야 나도 잘 되고 내 자식들도 잘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가지고 베풀자는 말씀. 참 귀한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울림이 있는 이야기 너무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총재님.

◆ 박승>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화제 인터뷰 최근 마지막 남은 전 재산까지 다 기부를 하신 분입니다. 전 한국은행총재, 박승 전 총재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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