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시절 한일관계 최악이었는데… ‘성찰’ 없는 듯
일본의 차기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연합뉴스 |
일본 총리 교체를 계기로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나 하는 기대감이 한·일 양국 외교가에 잠시 형성됐었으나 ‘별 변화가 없을 것’이란 쪽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차기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이 ‘아베 노선’ 계승 의사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스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건강 문제로 사퇴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은 원내 과반수 의석을 가진 1당의 총재가 되면 곧 총리가 되는 구조다.
그는 회견에서 “아베 정권을 확실히 계승하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가 가진 힘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7년 8개월에 걸쳐 내각 관방장관으로서 총리 밑에서 일본 경제의 재생, 외교안보 보장의 재구축, 전세대형 사회보장제도의 실현 등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에 대처해왔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자신은 ‘아베의 사람’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반도체 소재·부품의 한국 수출에 규제를 가했다. 우리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징용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 확정 판결에 내린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격렬히 대립했고 급기야 북한에 맞서기 위한 한·일 안보 협력의 상징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폐기 직전까지 갔다.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을 통해서 한·일 양국과 나란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이 막판에 개입, 지소미아 폐기만큼은 막아냈으나 그 뒤로도 한·일 간에는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일각에선 일본 총리 교체를 계기로 이런 답답한 상황에 활로가 뚫리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새로 출범할 일본 내각이 반도체 소재·부품의 한국 수출 규제를 푼다면 그를 명분으로 삼아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사임 기자회견 직후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에서도 감지됐다. 하지만 스가 장관이 “아베 정권을 확실히 계승하겠다”고 명확히 밝힘에 따라 총리 교체와 무관하게 양국의 차가운 관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