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선거 공식 출마선언
“납치문제 해결 활로 개척 희망”
개헌·미일관계·아베노믹스 등
모든 이슈 아베정권 입장 반복
기자들 “아베 회견 듣는 것 같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
차기 일본 총리로 확정적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2일 자민당 총재선거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무조건 정상회담을 희망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온갖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며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활로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같은 입장이다.
스가 장관은 이날 약 40분 동안 진행된 출마선언과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의 안정적이고 확실한 승계 의지를 반복해서 밝혔다. 김 위원장과의 무조건 정상회담 외에도 △개헌 △미·일 관계 △아베노믹스(전반적인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기를 회복한다는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등 모든 이슈에서 아베 총리와 동일한 입장이었다. 취재 기자가 질문을 통해 “마치 아베 총리의 발언을 듣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베 총리의 단순한 연장인가”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스가 장관과 정례 브리핑 때마다 장시간 충돌해 유명한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는 “총리가 되면 관료가 써준 것 같은 답변서가 아닌 총리로서의 생생한 입장을 밝힐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배우 심은경씨가 주연해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이다. 스가 장관은 이에 “한정된 시간에 정해진 룰에 따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결론적인 질문을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비꼬면서 즉답을 피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한 내용은 모두 발언이나 질의·응답 중에 나오지 않았다.
스가 장관 출마선언 후에는 아베 총리가 소속한 최대 파벌과 아소 다로 부총리파 등 자민당 3대 파벌 영수가 스가 장관 지지 기자회견을 했다. 무파벌인 스가 장관은 당내 7개 파벌 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파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당 간사장파를 제외한 5개 파벌과 무파벌 64명 중 20∼30명의 지지를 확보해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조기 예약했다. 무파벌 총리의 탄생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이후 거의 20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눈엣가시인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보복하기 위해 스가 장관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 관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다자키 시로 정치평론가는 1일 니혼TV에 출연해 이번 선거에 대해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는 이시바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에서 출발했다”며 “이시바가 (총재·총리를)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누구를 응원할 것이라는 점에서 스가 장관이 급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 입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도쿄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는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당내 5개 파벌의 지지를 등에 업은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 표만으로 전체 투표수(535표)의 과반을 확보해 당선이 확실시된다.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는 최근 사의를 밝힌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어 잔여임기인 내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는다. 도쿄=AFP연합뉴스 |
이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정권과 아소 정권 내내 총리를 압박하고 비판했다”며 “2차 아베 정권 출범 후 아베 총리가 간사장을 그만두고 방위상을 하라고 제안했으나 거부했다. 총리의 임명권, 인사권을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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