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
11월 미국의 대선만큼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빅이벤트는 일본의 총리 선출이다. 일각에서는 지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후임자가 선출되면 한일관계도 변화를 맞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유력한 총리 후보자를 살펴보면 ‘포스트 아베’는 ‘제2의 아베’가 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극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14일 사실상 일본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거쳐, 16일 임시국회에서 정식으로 결정된다. 당원 투업없이 양원(참·중의원) 총회에서 차기 총리이자 새 총재를 선출함에 따라 자민당 내 주요 파벌의 지지를 확보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대세론’이 굳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가 관방장관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때부터 7년 8개월째 관방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아베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에 그가 집권하면 큰 틀에서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가 장관과 아베 총리의 인연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로 반북 감정이 들끓었던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가 장관은 2002년 당시 납북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아베 총리(당시 관방부장관)와 뜻을 같이 했다.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때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사퇴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스가 장관은 재기를 촉구하고 지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에 선출되더라도 일본의 대(對) 한국 강경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역사인식이 아베 총리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안중근 의사를 “우리나라(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한국과의 역사 인식 차이를 실감하게 했다.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를 다룬 한국의 사법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강제 매각될 경우 일본의 대응에 관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TV 출연 발언)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를 맡기 때문에, 자민당 집권 체제가 공고한 일본의 정치 구도를 고려하면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후보군 중 누가 되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등 갈등 현안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가 장관 라이벌로 평가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등도 외교문제에 있어 딱히 아베 총리와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도 일본의 총리 교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이 파국을 막을 해법 찾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정수 동북아국제정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총리가 바뀌더라도 당분간 아베 총리의 강경한 한일정책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희망적으로 살펴보면, 그간 개인적 리더십으로 한일 관계를 주도해온 아베 총리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차기 내각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해 정부가 여러 채널을 통해 노력하는 것이 과거사 해결을 위해 중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는 장기간 교착상태인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사 문제와 실질적 협력 사안을 분리대응하는 ‘투트랙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향후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쉽게 희망적 전망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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