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전 백신 승인 밀어붙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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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50개 주(州)정부와 5개 대도시에 오는 11월 1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조기 배포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3단계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데다 언뜻 봐도 11일 3일 대선 날짜와 맞물려 있다. 백신을 정치도구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 보건당국이 부화뇌동한다는 비판이 크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각 주정부와 뉴욕ㆍ시카고 등 5개 대도시에 11월 1일까지 코로나19 백신 배포를 준비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레드필드 국장이 서한을 보낸 날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내 백신 개발을 공언한 당일이다. 또 배포 준비 시한으로 제시한 날짜도 대선 투표일 직전이다.
CDC의 백신 배포 1차 목표는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백신 후보물질 2가지를 장기요양시설 직원을 포함한 의료 종사자, 국가안보 관련 종사자 등에게 접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CDC는 각 지역에 백신 유통센터 개설을 위한 허가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레드필드 소장은 "(백신 유통센터에 대한) 허가가 정상적으로 나는 데 시간이 걸려 긴급한 공중보건 프로그램에는 상당한 장애물"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여서 우려와 비판이 크다. 무엇보다 CDC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백신은 아직 임상 3상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속도전을 펼친다지만, 길게는 수 년이 소요되며 일러도 올해 말에나 결론이 나올 것이란 게 중론이다.
NYT는 "CDC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연말까지 수천만회 접종 분량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10월 말까지 (백신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예비데이터가 나올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세드릭 다크 텍사스주 베일러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CDC의) 계획이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권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배포에 대해 임상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했던 점을 감안하면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백신 보급을 서두르는 데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스키아 포페스쿠 애리조나대 감염병학 교수는 "CDC의 일정표는 공중보건의 정치화와 안전에 대한 잠재적 영향 때문에 우려된다"면서 사실상 선거 전 백신 승인을 위한 밀어붙이기로 규정했다. 결국 CDC가 트럼프 정부의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 깜짝쇼)' 준비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모든 정부기관이 대규모 백신 접종을 긴급히 준비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동의한다"면서도 "10월 말 백신 출시 가능성은 트럼프 정부가 선거일 전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도하게 부각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정부가 대선일인 11월 3일 전에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하고 배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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