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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스가는 아베 아바타?…“아베 정권과 유사…도대체 색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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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놓고 “아베 총리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외교안보 등 각종 정책에서 아베 내각과 차별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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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2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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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장관의 이 같은 태도는 전날(2일) 공식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스가 장관은 “총리직 수행이 아베 정권의 단순한 연장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적 영역에서 수직적 관계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질문의 요지와 거리가 먼 원론적인 대답이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으로서 해오던 일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장관은 아베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돈 풀기를 주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확실히 책임지고 계승하겠다”며 “일본은행과의 관계는 아베 총리 때와 같다”고 단언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건 없이 만나 활로를 찾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답습했다. 올해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내년 개최와 헌법 개정 등 아베 내각이 하려다 하지 못했던 것도 그대로 과제 목록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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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2일 오후 일본 국회에서 총리직 출마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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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스가 장관이 자신만의 색을 낼 수 있는 분야로 꼽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책이었다. 하지만 이조차 “(코로나19 대책에) 전력을 다하고, 스스로 생각을 나타내면서 해나가겠다”는 맹탕 발언에 그쳤다.

요미우리신문은 “의욕만 드러냈지 구체적인 방법론에는 발을 딛지 못했다”며 “다른 과제에 대해서도 ‘확실히 계승한다’,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 등으로 일관하면서 ‘아베 후계’ 입장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도 “스가 관방장관이 밝힌 정책이나 정치 자세에서 참신성을 느낄 수 없었다”며 “아베 장기 정권이 가진 부정적 유산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스가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아베 정권에서 불거진 스캔들에 대해 기존의 정부 견해를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가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 후원회 관계자들을 초청한 일에 대해선 “앞으로 재검토하면 된다”고 했고, 권력과 사학재단의 유착 의혹이 일었던 모리토모(森友) 학원 문제를 놓고선 “검찰 수사로 이미 결론이 났다”고 일축했다.

자민당 내에선 벌써부터 스가 정권이 아베 내각의 아류로 출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스가 장관으로부터 국가관이나 경제 정책에 대한 얘기를 별로 들은 적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당내 기류를 전했다.

한 내각 간부는 스가 장관의 부족한 외교 경험을 들며 “정상외교를 자신 있게 한 아베 총리와 비교되는 게 괴롭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가 장관은 2014년 1월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기념관이 개관했을 때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전력이 있다. 스가 장관이 총리 취임 후 비전문 분야인 외교에서 1년 임기 동안 아베 노선을 계승한다고 본다면 일본 보수 우익의 ‘반한’(反韓)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u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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