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밍은 2018년 12월 앤드루 김의 후임으로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맡아 재직하다 올해 2월 CIA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의 후임은 한국 근무는 하지 않았으나, 한국을 잘 아는 백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말 당·정·청(黨政靑)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확정하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이어 여당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김선희(왼쪽부터) 3차장, 김상균 1차장, 박선원 기조실장, 박정현 2차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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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도 같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국 경찰은 행정안전부의 지휘 아래 있어 첩보 관련 경험이 없다”면서 “국정원 소속 첩보 전문가의 밀접한 지도와 감독 없이 경찰은 휘청거릴 것(stumble)”이라고 했다. 또 “북한의 점점 커져가는 실제적인 위협 속에서 관료주의적인 자체 학습으로 훈련 기간만 늘리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플레밍은 정부의 대공수사권 이양 결정 배경에 현 여당의 학생운동 시절 경험이 있다면서 “이 결정의 근원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비해 훨씬 관련이 없다(much less relevant)”고 했다. 그는 “한국 여당인 민주당의 주요 당원들은 학생운동가 시절 국정원의 전신 기구(중앙정보부)에 구속되거나 심지어 고문을 당했다”면서 “한국 정치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국정원과 경찰 /국정원 및 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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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은 영국의 MI5 개편 사례를 한국이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나치 독일과의 첩보전에서 이기기 위해 영국의 안보 조직인 MI5 수장을 비밀정보청 출신 장교로 바꿨다. 플레밍은 “MI5는 적절한 리더십 교체로 나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MI5의 하이브리드 조직도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플레밍은 “MI5는 경찰이나 대외 첩보 조직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그 둘을 합친 하이브리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연한 상황 중심 접근법 덕분에 MI5는 영국민 전반의 이익에 최적화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플레밍은 한국에 있을 때 직접 상대하기도 했던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 사람들은 동기나 자원이 풍부하고 가차 없는 사람들”이라며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들을 만만히 보거나 우습게 봐선 안 된다”고 했다.
또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불리한 국경선과 핵무기를 고려하면 2차 대전 당시 영국보다도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고 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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