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의·당, 정책별 등 복수 구성 가능성
의협, 민주·복지부와 맺은 협약 중심 발족
국회 특위는 협의체 논의 후속 문제 해결
건보 가입자·시민사회·학계 등 참여 배제
시민사회 “당정, 의사 환자 인질극에 항복”
대전협 “협상 소외”… 의료계 파업 뇌관 여전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실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극한 대치를 이어오던 정부와 의료계가 한 발짝씩 물러나면서 무기한 집단 휴진의 발단이 된 의료체계 개편안은 향후 ‘의정협의체’에서 원점 재검토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정부가 관련 논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기약 없이 미룬 것은 의료계에 ‘백기 투항’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부 전공의·의대생 등을 중심으론 여전히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의 합의안에 반발하는 등 내분 조짐을 보여, 의료체계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상 ‘임시 봉합’ 상태로 남겨졌다.
의료계 파업 전면에 나섰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단체행동을 중단하고 잠정 유보한다고 발표하면서 협의체 구성은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는 의·정, 의·당, 정책별 등 복수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 정책을 둘러싼 주체가 당과 정부, 의료계로 나뉘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려서다.
민주당과 의협의 협의체에선 주로 의료계 입장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앞서 민주당이 야당과 국회 내에 설치하기로 잠정 합의한 특위는 협의체의 논의를 이어받아 입법과 예산 문제 등을 해결하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수 있다.
협약서상 논의 시점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다음 달에는 협의체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석 전까지 코로나19 안정화에 집중하고, 이달 시작된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10월 중에는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각각의 정책 논의 사안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협과의 합의문에서 의료계가 철회를 요구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공공의대·첩약급여화·비대면진료)은 물론이고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필수의료 육성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개선,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다른 주요 현안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 협의체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환자, 시민사회, 학계 등 다른 이해관계자가 함께할 수 없는 자리다.
시민사회에선 “정부와 여당이 의사들의 환자 인질극에 결국 뒷걸음질했다”며 반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최소한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중론인 가운데, 안정화 이후 원점 논의에 들어가면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176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일 정부·의료계 합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국민의 생명·건강과 관련한 중차대한 국가적 의제를 이기적 집단행동 앞에서 물려버렸다”고 비판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
의료계 파업은 일시 중지됐지만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료계가 분열돼 논의 과정에서 의견이 모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전협 비대위는 의협과 여당, 복지부와의 합의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대전협 비대위 지도부는 합의안 서명으로 명분이 약화했다며 단체행동 중단을 결정했지만, 내부 반발로 복귀 시점을 결정하지 못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파업 중단과 별개로 국가고시 거부 운동을 지속하기로 의결했다.
의료계가 이번 대정부 협상에서 내홍을 겪은 데는 리더십 부재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의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 사회에는 자유로운 토론과 민주적 의견 수렴 과정을 주도할 ‘진정한 리더’가 없다”며 “강경파의 목소리만 커진 젊은 의사들과 사실상 집단휴진으로 얻는 것이 없는 개원의들이 발을 맞추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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