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이끌던 콜레스니코바
EU, 대통령 제외 벨라루스 정부 인사 31명 제재 검토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7일 야당 주요 인사인 마리아 콜레스니코바(오른쪽)가 복면을 쓴 남성들에 의해 억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콜레스니코바가 지난달 2일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운데) 유세에 참여했을 당시 모습. 민스크=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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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정부 시위가 한 달째로 접어든 벨라루스에서 야당 주요 인사가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야권 3인방 중 유일하게 국내에 남았던 유력 인사가 위험에 처하면서 시위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인터넷매체 투트바이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민스크 국립미술관 근처에서 야당 인사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실종됐다. 한 목격자는 복면을 쓴 남성들이 콜레스니코바를 강제로 미니버스에 태워 사라졌다고 전했다. 야권 관계자도 콜레스니코바와 연락이 되지 않아 행방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 대선 후보였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또 다른 야권 대표주자인 베로니카 체프칼로와 함께 장기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를 몰아내는 데 힘을 모았던 야권 인사다. 부정 선거 의혹으로 지난달 시위가 시작된 후 다른 두 명이 해외로 망명했지만 콜레스니코바는 민스크에 남았다. 그녀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여기(민스크)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시위는 권력 다툼이 아니라 인간 존엄과 자존심을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콜레스니코바는 루카셴코의 권력 이양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야당 조정위원회를 이끌어 왔다. 정부 당국은 이 조정위를 "국가권력 장악과 국가안보를 해치는 것"으로 규정하고 형사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루카셴코 입장에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타스 통신 등은 이날 조정위 임원 2명도 연락이 두절돼 야권에선 당국의 납치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치안당국의 시위 대응은 갈수록 더 강경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경찰이 시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고, 보안군들까지 투입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보안군들은 길거리와 대학을 다니면서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잡아들이고 있다. 내무부는 전국에서 최소 633명을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그중 363명이 구치소에 억류 중이다.
야당 인사 억류 사건으로 유럽연합(EU)의 제재 시점도 빨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루카셴코를 뺀 고위 인사 31명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이달 중순에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루카셴코를 지지하는 러시아와의 갈등을 피하려 제재를 고민하던 EU가 벨라루스 내 야당 탄압이 계속되자 제재 결정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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