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탓 북태평양고기압 강세로 한반도가 태풍의 ‘길목’에 위치
“현 상태 계속땐 잇달아 추가 상륙”
연이은 태풍도 흔치 않지만 경로는 더욱 이례적이다. 보통 태풍은 한반도까지 북상해 내륙이나 대한해협을 지난 뒤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은 한반도 근처까지 올라온 뒤 거의 수직에 가깝게 북상했다. 피해가 해안가에 집중된 이유다. 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크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온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 남하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동쪽에 자리를 잡은 채 물러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가 태풍의 ‘길목’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다.
앞으로 가을태풍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벌써부터 11호 ‘노을(NOUL)’, 12호 ‘돌핀(DOLPHIN)’ 등 후속 태풍의 이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태풍들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세계기상기구(WMO) 소속 태풍위원회가 각국에서 이름을 제출받아 순서를 정해 놓았을 뿐이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현재 일본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하이선도 올라왔다”며 “이 같은 기압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태풍이 더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보통 9∼11월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은 평균 0.7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개의 가을태풍(링링, 타파, 미탁)이 잇달아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위력도 강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를 원인으로 꼽는다. 기상청은 ‘2019년 기후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동쪽 해상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지 않고 팽창해 한반도가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기온이 상승하면 해수면이 따뜻해지고 북태평양고기압도 오래 머물게 된다”며 “이 경우 태풍이 계속 한반도로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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