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리' 메이 비롯 英의원들 비판 줄이어…"법규 준수는 협상 안돼"
EU와 미래관계 8차 협상 돌입…英 협상 대표, 강경 대응 재차 반복
브랜든 루이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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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연합(EU)과 8차 무역협상을 시작한 영국 정부가 자국의 주권을 강조하며 '노딜(No Deal)'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새로운 자국법을 통해 북아일랜드 관련 기존 EU와 맺은 탈퇴협정을 일부 무효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EU는 물론 집권 보수당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브랜던 루이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9일 발표될 예정인 내부시장법을 통해 EU와 맺은 탈퇴협정을 위반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는 매우 정교하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국제법을 위반한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가 공개할 '내부시장법'에는 EU 탈퇴협정에서 합의된 일부 내용을 뒤집거나 삭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과 농식품, 동물 등의 통관·검역과 관련한 내용,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내부시장법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장관의 발언 직후 영국 하원 의원들은 곧바로 우려를 드러냈다. 직전 장관직을 맡아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했던 테리사 메이 의원은 "영국이 법적 의무가 있는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를 향후 미래의 국제사회 파트너들에게 어떻게 확신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보수당 의원들도 정부에 국제법 위반에 대해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밥 닐 사법 특별위원회 의장은 "우리가 들어간 국제법 의무와 관련해 어떤 위반도, 위반 가능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 특별한 방식이든 제한된 방식이든 상관치 않는다"면서 "법규를 준수하는 것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외교특별위원회 의장 톰 투겐트하트 의원과 국방 특별위원회 의장인 토비아스 엘우드 의원도 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장관의 '국제법 위반' 발언은 이날 오전 영국 법무상 밑의 최고관료인 조너선 존스 사무차관의 사임 직후 나온 것이다. 가디언은 존스 사무차관의 사임은 그가 장관들에게 새 내부시장법의 변경 사항이 불법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나 이를 무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 내에서 반발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사임을 통해 대외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영국에서 발생한 이러한 논란은 현재 진행중인 EU와의 무역협상에도 직격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EU는 이날부터 런던에서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8차 협상에 돌입했다.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총리 유럽보좌관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가 머리를 맞댔다. EU는 그동안 수차례 탈퇴협정을 준수하는 것이 무역협상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해왔다.
한 EU 관계자는 가디언에 영국 정부가 내놓으려는 내부시장법에 국제법 위반 사항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영국의 국제적인 명성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뿐더러 현재 진행중인 EU와의 협상 결과도 매우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제 조약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와 누가 무역협상을 원하겠는가"라면서 "이는 궁극적으로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존슨 총리는 EU와의 무역협상 시한을 10월 15일로 못박고 노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프로스트 보좌관도 바르니에 대표와의 협상에 앞서 "우리는 6개월간 대화를 나눠왔다. 더이상 잘 다져진 길로 갈 수는 없다"면서 "만약 아주 제한된 시간 안에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EU가 호주와 맺은 것과 같은 조건 하에 교역하게 될 것이다. 연말에 이렇게 되는 것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달러 환율이 전일대비 1.3975% 하락한 1.298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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