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협 입장 전달 받은 후 검토"…구제 가능성 열어놔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의사 국가고시 관리기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의 이윤성 원장이 '의대생들이 응시 의사를 밝힌다'는 전제로 정부에 구제방안을 적극 건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의대생들이 응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다면 구제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의대생들의 집단 국시 거부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윤성 국시원 원장은 9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응시생들이 의사국시에 응시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제시한다면 정부와 적극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 의대생들이 동맹휴학과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계속 거부하는 단체행동에 반대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전일 서울대 의대 학생회는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과 국시 응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이어갈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70.5%가 반대했다. 당장 국시를 봐야 하는 4학년 학생들은 이보다 높은 81%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른 의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 원장은 "응시생들이 스스로 의사국시를 거부하겠다면 정부 입장으로서도 구제해 줄 수 없는 게 아니냐"면서 "8일 실기시험이 시작된 만큼 의대협이 빠른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국시원은 의대협이 의대생들의 의견을 모아 국시 거부를 철회하고 복지부가 이를 검토해서 수용하면 실기시험 준비에 바로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이미 실기시험을 시작했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이번 회차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하면 당장 시험일자 조정 등 준비할 게 많다"면서 "이 때문에 국시원 직원들도 상당수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만 정부가 결정만 내려준다면 최대한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강경한 입장이었던 복지부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의대협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들은 바가 없다"면서 "의대협에서 국시 응시 거부 철회 등 단체행동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가져오면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구제책은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생긴 만큼 의대협이 조만간 국시 응시에 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의대생들에 대한 국민여론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의대생 구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4%로 나타났다. 찬성은 32.3%에 그쳤으며, 모든 지역과 연령에서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의사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 구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는 이날 오전 47만 명을 넘어섰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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