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이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해야"…中 "미국이 중국을 주적으로 과장"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
10일 각국 외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전날 화상으로 열린 중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다.
왕 국무위원은 "미국은 지난 몇십년간 대(對)중국 정책을 전면 부정하고 전력을 다해 중국을 주적으로 과장했다"면서 "중국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중국 발전을 막으려 해 중미 관계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타국의 발전 성과를 뺏고 억압하려는 행위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며 미국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미국이 세계 다극화와 국제 관계 민주화의 조류에 순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과 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막기 위해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 중인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베트남과 필리핀 등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아세안 회원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데 미국 등이 개입할 공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중 남중국해 갈등 (PG) |
이어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18개국이 참여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 등의 역공과 중국의 재반격이 이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다수 국가 외교장관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과 민주화 운동 학생들에 대한 체포, 입법회 선거 연기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전했다.
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상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중국의) 계속된 시도에 대해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깊은 우려를 공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 국무위원은 "동아시아정상회의는 전략 포럼으로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장소가 아니며 타국의 정치 제도를 공격하는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국제법상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되며 각국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해양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등 무력 과시와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남중국해 군사화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은 10일 열린 미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이 우리와 우리 국민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놔둬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이 우정을 갖고 여러분을 도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큰소리만 내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아세안 회원국들을 괴롭히는 바로 그 (중국) 국영 기업들과의 상거래를 재고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의 군사기지화를 위한 전초기지 건설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를 포함해 24개 중국 국영기업에 대해 단행한 제재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의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미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유지하려는 아세안의 노력에 미국이 건설적이고 열성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 등 외세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온 중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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