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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트럼프-김정은 친서에 드러난 협상전략...아첨과 직설적 요구의 이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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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친서, 미사여구 속 적극 주장 "실망한 친구·연인처럼 묘사"

    "아첨의 정확한 배합, 걸작"

    트럼프 친서, 좀 더 직설적...협상의 기술 발휘도

    아시아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에는 두 정상의 협상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진은 두 정상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는 모습./사진=싱가포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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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에는 두 정상의 협상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인 입수해 일부 공개한 친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떠벌림’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우면서도(flattery)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가감 없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도 듣기 좋은 칭찬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더 직설적이었다고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평가했다.

    ◇ 김정은 친서, 미사여구와 함께 현안에 대한 의견 적극 피력...“감정 숨기고 싶지 않아” “불쾌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존칭하면서 ‘영광’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마법의 힘 같은 우정’ 같은 미사여구를 사용하면서도 주요 현안에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담 한 달 뒤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고, 당신에게 이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면서 “나는 정말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하, 이렇게 솔직한 생각을 당신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된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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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7일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친교 만찬’을 하고 있다./사진=하노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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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친서, ‘실망한 친구·연인’처럼 묘사....아첨의 정확한 배합 ‘걸작’”

    우드워드는 이를 “실망한 친구나 연인”처럼 묘사했다며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것에 화를 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북·미가 2차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2018년 성탄절에 보낸 친서에서는 북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양측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두 번째 조선(DPRK)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친서에서 2018년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적인 조선과 미국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한 것을 감안하면 ‘조선 정상회담’이라는 표현은 2차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중앙정보국(CIA) 김 위원장의 친서를 누가 작성하고 공들여 만들었는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걸작들(masterpieces)’이라고 평가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또한 이 친서들은 ‘원탁의 기사단’이나 아마도 구혼자들이 언급할 것 같은 개인적인 충성서약으로 가득 차 있다고 우드워드는 평가했다.

    그는 “분석가들은 떠벌림과 역사의 중심 무대가 된다는 것에 대한 트럼프의 의식에 호소하면서 누군가가 추켜세움의 정확한 배합을 찾아낸 솜씨에 경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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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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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친서, 좀 더 직설적...협상의 기술 발휘 장면도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도 아첨이 포함돼 있지만 좀 더 직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28일 김 위원장에 보낸 답장에서 “당신처럼 나도 우리 두 나라 사이에 큰 성과가 있을 것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 두 지도자는 당신과 나뿐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2019년 6월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며 “당신과 나만이, 함께 일하면서, 우리 두 나라 간 문제를 해결하고 70년 가까운 적대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에 우리의 가장 큰 기대를 뛰어넘을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것은 역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담 친서에서 두 사람의 사진이 실린 뉴욕타임스 1면 사본을 첨부해 보내면서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 놀라웠다”고 적었다.

    아울러 이틀 뒤 회동 사진 22장을 보내면서는 “이 사진들은 나에게 훌륭한 추억이며 당신과 내가 발전시킨 독특한 우정을 담아낸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는 ‘협상의 기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지난해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협의할 준비가 안 된 것을 알았다면서 두 정상은 북한이 어떤 핵 시설을 해체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모든 (핵)시설을 알고 있다. 나는 그것 모두를 알고 있고, 그것을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당신은 그것을 이해한다”며 김 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주장을 바꾸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을 공중으로 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한 적이 있는가”라면서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 골프 라운드를 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김 위원장의 친서들을 입수한 후인 지난 1월 전화를 걸어 “당신은 김(위원장)을 조롱할 수 없다. 당신이 그를 조롱해 핵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가 전한 친서 내용은 그가 사본을 입수한 게 아니라 친서를 보고 그 내용을 구술해 녹음한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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