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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간 ‘격노’의 저자인 밥 우드워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입수한 사실을 확인한 뒤 “공개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10일(현지시간) 전해졌다.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그(김정은 위원장)를 조롱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난 당신이 그를 조롱함으로 인해서 빌어먹을 핵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정상 간 친서가 공개되면 북·미 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누가 썼는지 밝혀내지 못했지만, 우드워드는 “CIA가 그것을 ‘걸작’으로 간주했다”고 썼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우드워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격노’를 15일 공식 출간한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 27통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워드는 첫 인터뷰 날인 지난해 12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책에 썼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것들을 보여주겠다”며 책상 위 전화기를 들어 비무장지대(DMZ)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져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나와 그”라며 “이게 그 선(군사분계선)이고, 그리고 그 선을 넘어갔다. 매우 멋지다. 맞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말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찾았고, 그때 군사분계선상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한 뒤 북한 땅으로 넘어갔다 오면서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우드워드는 인터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소품’으로 그의 책상을 가득 채워놓았다고 전했다. 우드워드는 “양피지로 된 판사 임명 명령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큼지막한 사진들, 김정은의 친서 철로 책상이 차 있었다”며 “빅쇼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난 대통령 집무실에서 카터,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을 인터뷰했는데, 모두 벽난로 옆 대통령 석에 앉았고 소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건강하다며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건강하다. 절대 그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사진=EPA연합뉴스 |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성을 초기부터 알고도 파장을 축소해왔다는 사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육성으로 확인되면서 ‘늑장공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드워드가 2월부터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발언을 확보해놓고 신간을 출간하는 9월까지 묻어뒀다는 지적이다.
우드워드가 이 발언을 바로 공개했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대응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불러일으켜 사망·확진자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템플대 저널리즘스쿨 학장 데이비드 보드먼은 “기자들이 중요한 뉴스를 책을 쓰려고 잡고 있으면서 최근 이러한 문제제기가 자주 등장한다”며 “오늘날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이런 관행은 여전히 윤리적인가?”라는 트윗을 올렸다.
‘격노’의 저자인 밥 우드워드. 사진=AP연합뉴스 |
워싱턴포스트(WP)는 우드워드에게 이런 논란에 대해 물었다면서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고 전했다. 5월이 돼서야 트럼프 대통령이 1월 정보브리핑을 토대로 해당 발언을 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드워드가 더 일찍 보도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드워드는 내 발언들을 몇 달이나 갖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나쁘거나 위험했다면 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즉시보도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럴 의무가 있었나? 아니다. 그는 좋고 적절한 답변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침착하라,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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