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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아시아나항공 인수 끝내 무산…코로나에 발목잡힌 정몽규 '바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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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항공업황 '뚝'…아시아나항공 인수, 그룹 좌초 단초 우려 ↑

"건설서 모빌리티 그룹 외연 확대·선대 계승 '물거품'"

뉴스1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2019.11.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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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한 말이다. 당시 재계는 HDC를 '모빌리티' 그룹으로 확장해 아버지인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로 풀이했다.

그러나 10개월 이상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협상이 무산으로 끝나면서 정몽규 회장의 꿈도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이날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지난해 9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예비입찰에 이름을 올린 후 1년간의 긴 여정이 인수 무산으로 끝났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경쟁사보다 입찰가격을 무려 1조원 가까이 더 비싸게 제시했다. 관련 업계 안팎에선 HDC현산이 너무 비싸게 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무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입찰가격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정몽규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 후 정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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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아시아나 항공기 모습. 2020.9.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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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두 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국적 항공사를 인수해 그룹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선대 회장을 계승한다는 의미도 있어서다.

정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터를 닦은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1999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첫째인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 경영권을 승계했고, 정 회장은 선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선친 타계 후 정세영 명예회장의 별칭을 따 '포니정 재단'을 설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와 항공사는 차이점이 많으나, 운송 즉 모빌리티라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바퀴의 꿈'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정 회장의 '바퀴의 꿈'은 항공 업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물거품이 됐다.

항공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인수 계약 당시 1387%에 달했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6월 현재 2291%까지 급증했다. 부채 규모도 4조5000억원이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HDC그룹 쇠퇴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HDC현산은 건설사 중에서도 재무구조가 탄탄한 곳으로 꼽힌다. 다른 대형건설사보다는 규모는 적지만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면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주택사업 비중이 높고 그 안에서 자체 개발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알짜로 꼽힌다"면서 "다만 주택사업 외에 (신사업을 포함해) 그렇게 눈에 띄는 부분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노딜'로 끝이 났지만, 과제는 남았다. 바로 계약금 반환 소송이다. 금호산업과 약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HDC현산이 계약금을 두고 긴 법정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노딜 공식 선언 전부터 양측이 소송에 대비해 움직인 만큼 한쪽의 완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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