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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벗어라’ vs 바이든 ‘쓰면 목숨 구해’…미국 마스크 내전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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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마스크를 안 쓰고 나왔나’

CNN, 트럼프 지지집회 현장서 질문

‘코로나 따윈 없다’‘언론 과장’ 음모론

‘열없어 안 써’‘사망률 낮아’ 정보오독

‘죽을 때 되면 죽는 것’ 마스크 무용론

‘주님이 보살펴주신다’는 맹신도까지

대통령부터 기자에게 ‘벗으라’ 요구

민주당 바이든, 7대 코로나 공약 기선

마스크 의무화, 250억 달러 무료 백신

‘트럼프 잘못 바꾸겠다’가 방역 공약

올 미국 대선, ‘마스크 방역 대결’로

코로나19 팬더믹(범유행)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 궁금한 점의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마스크 쓰기를 꺼리는 이유다. 트럼프가 소속한 공화당의 지지자들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념을 지녔다는 게 정치 전문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설명으로는 마스크 회피의 진짜 이유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방역 도구인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이유를 트럼프 지지자들의 입으로 생생하게 듣기는 더욱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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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미국 미시간 주 프리랜드의 MBS 국제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아이를 무등에 태운 채 참석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아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인파 속에서 트럼프를 맞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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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기피 이유 현장서 들었더니



그런데 CNN 방송은 지난 9월 10일 ‘마스크 혐오주의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바로 그날 미국 미시간 주 프리랜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유세장에서 CNN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이유를 물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유세는 수천 명이 구름처럼 모인 대규모 정치 행사였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쉬웠다. 인파가 몰린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애초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CNN 기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참석자들에게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느냐’고 묻고 이들의 대답을 그대로 방송했다. 물론, 이들이 모든 트럼프 지지자를 대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답을 들어보면 그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어떤지를 짐작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다음은 대답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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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 프리랜드의 MBS 국제공항에서 지난 9월 1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에서 지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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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때 알아듣기 힘들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요.”

“코로나 따위는 없기 때문이죠. 이는 미국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팬더믹입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언론이 실제보다 과장하고 있어요.”

“체온을 쟀더니 아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어요.”

“면역력이 낮은 사람을 제외하곤 사망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

“최악의 팬더믹이라는데, 그 작은 마스크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사람은 자동차 사고로도 죽을 수 있어요. 심장병이 이 나라의 주요 사망 원인인데도 아무도 치즈버거 만드는 걸 막지 않잖아요.”

“나는 두렵지 않아요. 주님께서 나를 보살펴주십니다. 죽게 되면 죽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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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 프리랜드의 MBS 국제공항에서 지난 9월 10일 열린 공화당 대선 유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수행원과 지지자 중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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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방역상식 부족, 정보 오독까지



이들의 대답은 미국에 과학과 이성의 눈으로 코로나19를 보기는커녕 미신 수준의 음모론에 빠져 있거나, 기초적인 코로나19 방역 상식이 없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염병 앞에 과학을 믿지 않고 중세처럼 종교에 의존하는 사람도 보인다.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느냐’는 식의 생명 경시나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을 비롯해 한숨을 자아내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방영되는 CNN의 카메라 앞에서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정도라면 이젠 전 세계가 미국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타나 자신이 코로나19에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는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나 대공황 당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현재의 자신처럼 침착했다고 주장해 역사 왜곡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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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인쇄한 마스크가 지난 9월 10일 국 미시간 주 프리랜드의 MBS 국제공항에서 열린 노점 점포에 진열돼 있다. 유세장은 트럼프 지지자로 가득했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많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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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방역실패 변명·만회 주력



이날 트럼프가 그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고도 미국 국민에게 독감 수준이라고 축소·왜곡했다고 일제히 보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9월 15일 내놓을 저서 『격노(Rage)』에서 폭로한 내용을 인용한 보도다.

워싱턴포스트(WP) 부국장 직함으로 활동하는 우드워드는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1913~93년, 재임 1969~74년)을 사임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드워드는 트럼프를 19차례 인터뷰하고 그중 18차례 인터뷰한 내용으로 책을 썼다. 마지막 19번째 인터뷰는 책을 탈고한 다음에 한 것이라 반영되지 못했다. 우드워드의 책 발간으로 트럼프는 방역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11월 3일의 미국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코로나19 방역실패 책임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명하면서 만회 대책 마련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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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의 제프 메이슨 기자가 지난 9월 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에게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메이슨은 이를 거절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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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벗어주세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과 공동체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고 국민에게 호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트럼프는 심지어 지난 9월 7일 워싱턴DC의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로이터 통신의 제프 메이슨 기자와 마스크 착용을 놓고 가벼운 실랑이까지 벌였다. USA투데이가 보도한 당시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메이슨: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지난번 프랑스 방문 당시 있었던 일이 계속 입에 오르고 있습니다. (프랑스 방문 당시 전사자는 멍청이라는 이유로 제1차 세계대전 전몰자 묘지를 찾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를 가리킨다. 트럼프는 이를 “날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그것(마스크)을 벗어주실까요. 벗어도 됩니다. 당신의 건강… 거리가 좀 되네요.

메이슨: 제가 더 크게 말하겠습니다.

트럼프: 글쎄, 마스크를 벗지 않으면 소리가 아주 약해요, 그러니 마스크를 벗으면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메이슨: 제가 그냥 더 큰 소리로 말하겠습니다. 그게 낫지 않습니까?

트럼프: 그게 낫다고요, 그래. 그게 낫다고요.

당시 트럼프 앞에 앉아있던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서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자 대답하는 대신 기자에게 소리가 잘 안 들리니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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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미국 상원 보건건강노동 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청문회장에 등장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외부 구조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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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실패로 미국에서 20만 숨진 부담감?



미국 권력의 심장부인 백악관의 브리핑에서 벌어진 이 해프닝은 사실 두 가지 점에서 트럼프의 감춰진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우선, 트럼프는 몇 사례 마스크를 쓰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쓰고 다니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길 정도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을 자신에게 코로나 방역 책임을 묻는 것으로 여겨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면 즉시 화제를 돌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날의 해프닝은 트럼프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 얼마나 예민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정치적으로 핀치에 몰린 상태다. 통계 사이트인 월도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 9월 14일 0시 현재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확진자 2909만 명 가운데 669만 명 이상이 미국에서 나왔다. 전 세계 사망자 92만6000여 명 가운데 19만8000여 명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23%, 사망자의 21%가 미국에서 나왔다. 방역 실패의 대가는 20만에 가까운 인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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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펜실베이니아 주 샤크스빌의 9.11 추락 여객기 추모 시설에서 열린 19주년 추념 행사에서 미국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유족 대표인 에드 루트와 그의 부인 낸시(왼쪽부터)가 헌화하기 위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도 않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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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트럼프 책임 상징으로 여기나



그런데도 트럼프는 마스크에 부정적이다. 전 세계에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코로나19 예방의 기본으로 인식하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들어 마스크 없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기 일쑤이며, 그와 함께한 참석자들이나 지지자들도 마스크를 기피하는 일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열린 9·11테러 19주년 추모 행사에서도 트럼프는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장했다. 전국에 중계되는 행사에서도 이처럼 대놓고 과학적인 방역을 무시하기 일쑤다. 지난달 24~27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열린 마지막 날 행사에서 트럼프와 참석자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공화당원을 중심으로 하는 상당수 트럼프 지지자는 이런 트럼프에 오히려 열광하고 있다. 트럼프는 ‘마스크 혐오자’들의 지도자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미국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자와 쓰고 나타나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지지자로 양분되는 분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매고 사람과 거리를 충분히 두는 ‘친방역적 행동’에 대해 ‘트럼프에게 방역 책임을 묻는 도발적인 행동’으로 인식하는지도 모른다. 마스크는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상징하는 표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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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백악관 경내를 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같은 날 마스크를 쓰고 현충일 헌화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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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바이든, 코로나 7대 공약 내놓아



11월 3일의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할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러한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미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생생하게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대책은 표의 향방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캠프에서 코로나 공약은 대선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든 선거 캠페인 사이트(Baiden.com)에서 제시한 코로나19 관련 7대 공약을 보면 민주당의 대선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7대 공약은 바이든이 당선하면 시행할 정책의 목록과 트럼프의 방역실패 대한 보고서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트럼프가 실패한 원인을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의 7대 공약 자체가 트럼프에 대한 맹공의 성격이 강하다. 대놓고 트럼프의 책임론을 제기한다. 7대 공약의 내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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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노동절 연휴인 지난 9월 7일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를 찾은 미국 민주당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본인도, 수행원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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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때리기’로 가득한 코로나 공약



첫째, 트럼프의 코로나19 검사와 추적과 관련한 ‘대실수’를 바로잡겠다. 이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를 지금의 2배로 늘리고, 가정 검사와 즉석 검사를 포함한 차세대 검사법 개발에 투자하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년, 재임 1933~1945년) 대통령이 운영했던 전시생산위원회(WPB) 같은 ‘팬더믹 검사위원회’를 설치해 매일 충분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미국 보건 일자리 집단’을 설립하고 전국에서 10만 명을 모집해 코로나에 맞서게 하겠다.

둘째, 의료진의 개인보호장구(PPE)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 셋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지휘해 팬더믹에 대응할 분명하고 지속적이며 증거 바탕의 전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

넷째, 250억 달러를 들여 전체 미국 국민에게 무료로 효과적이고 공정한 치료제와 백신의 공급하겠다. 이 분야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의 결정을 과학자들에게 일임하고, 허가권을 가진 식품의약처(FDA)가 승인한 백신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책임자들이 대중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의회에 출석해 증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가격 때문에 치료제 등에 접근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겠다.

다섯째, 고령자와 여타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인종·민족 불균형 태스크 포스’ 팀을 설치해 카멀라 해리스(현재 부통령 후보)에게 맡기고 미국 전역에 대한 실시간 팬더믹 상황판을 마련해 정보를 제공해 노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바이든 후보는 이미 팬더믹 상황에서 연장자와 장애인을 보호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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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운영하는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사소에서 직원들이 검사자를 기다리고 있다. 검사 시설과 인력 부족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대표적인 문제로 꼽혔다. 민주당의 바이든 캠프는 검사 시설을 크게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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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생명 구하겠다’



여섯째, 백악관 국가안보실에 ‘글로벌 보건안전과 생물학적 방어국’을 복원해 중국으로부터 오는 위협을 포함해 트럼프가 실패했던 전염병 예측·예방·완화 대책을 복원하겠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단절했던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트럼프가 끊었던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병원체 추적 프로그램(PREDICT)’을 복원하고 강화하겠다. 아울러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현장 조사관을 증원하고 트럼프가 폐쇄했던 베이징 사무실도 다시 문을 열겠다.

일곱째, 주지사들과 손잡고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실시하고 미국 국민에게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취하도록 요청하겠다. 전문가들이 미국에서 지금부터 12월까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 7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이든은 미국 국민에게 집밖에 나서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지사들에게는 그들의 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며, 지역 당국에는 주 정부의 지시를 따라 이를 필수화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 캠프의 코로나19 공약을 요약하면 마스크부터, 코로나 검사와 백신 준비, 국제보건 공조까지 트럼프 하는 것과 ‘반대로’ 하자는 이야기나 진배없다. 코로나19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트럼프의 방역실패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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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0일 미국 미시간 주 프리랜드의 MBS 국제공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의 모습.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선 밀리고 있지만 지지자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많은 지지자가 집결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통령 참석 행사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9월 14일 0시 현재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669만 명, 사망자는 19만8000명에 이른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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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스크는 고집, 백신은 개발 독려



하지만 트럼프는 마스크 논란을 피해가려고만 할 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마스크 의무화 권한을 각 주의 주지사에 일임했다. 방역에 따른 국민 생활 불편의 책임을 연방정부가 아닌 주 정부에 전가한 것이나 진배없어 보인다. 대신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에 음으로 양으로 압력을 넣어 개발 시기를 가급적 선거 전인 10월까지 당겨보라고 요청하고 있다. 백신이 대선 전에 개발되면 트럼프 특유의 ‘자화자찬 화법’을 총동원해 자신의 공로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제약사들의 허약한 실력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마스크 착용 논란을 비껴가고 백신 개발을 독려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이 빠른 잽을 구사하는 정공법으로 코로나 정책을 촘촘하게 제시했다면, 트럼프는 큰 어퍼컷 한 방으로 막판 역전극을 노리는 셈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결이 사뭇 다른 방역 정치 중 미국 유권자들은 무엇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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