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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2020 미국 대선

대선이슈 번진 美 서부산불…바이든 "트럼프는 기후방화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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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가 11월 대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기후변화 이슈는 인종차별, 코로나19 등에 밀려 쟁점에서 벗어나 있었으나 산불 사태로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만든 배기가스 배출 규제도 사실상 폐기했다.

미 서부의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워싱턴주 등에선 최근 100건 이상 산불이 연쇄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면적(북한 제외)의 약 5분의 1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 영향권에 들어서 있다. 14일(현지시간)까지 직접적 사망자는 35명이지만 수만 명이 대피 상태에 있고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공기 오염도 갈수록 심각해져 포틀랜드와 시애틀 등 서부 대도시 하늘까지 뿌옇게 변했다.

그동안 주로 민주당 우위 지역에 피해가 집중된 산불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도 네바다주 유세 이튿날인 14일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근원이 '산림 관리'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등이 기후변화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곧 날씨가 선선해진다"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자연자원 담당 장관이 "과학이 당신에게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과학이 실제로 뭘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고 응수해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일부 과학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서부지역 기온이 상승하고 건조해진 것이 산불이 확산된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산림 관리 실패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보다 나무가 더 많은 나라들도 문제가 없다"며 "나무가 쓰러진 뒤 18개월이 지나면 매우 건조해지고 화재를 일으킨다"고 관리 부실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삼림 가운데 57%는 연방정부 소유"라고 반박했다.

유명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에서 이길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가 공화당만의 대통령은 아니다"며 "이들 주는 미국 경제에서 19%를 차지하고 다른 지역으로 여파가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바이든 후보는 더욱 강력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연사박물관 앞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설을 하면서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부인한 것이 산불과 기록적 홍수를 불러오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가 집권 2기를 맞으면 지옥 같은 사건이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변화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불렀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인종 간 긴장 문제에 부실하게 대처한 것과 함께 산불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 정책 실패라는 주장이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그린 뉴딜'과 같은 민감한 주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관련 기관은 서부지역 기상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서 가뭄이 산불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8월은 미국에서 기상 통계 126년 가운데 세 번째로 더웠다"면서 "서부지역은 강수량도 적어 대기가 메말라 있는 상황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NOAA는 "높은 기온과 건조한 대기로 서부지역에서 광범위한 가뭄이 발생했다"면서 "바싹 마른 날씨가 전에 없이 강한 산불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실내에서 라티노 유권자들을 모아놓고 공격적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서부를 한 바퀴 돈 뒤 사흘 만에 워싱턴DC로 돌아왔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여전히 코로나19를 의식해 소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바이든 후보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전통적 방식으로 대면 유세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화당은 선거 운동원을 동원해 가가호호 방문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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