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내각의 아류'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인 새 정부 인사들의 면면으로 인해 스가 내각의 정책에서는 당장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전임 총리가 사퇴 이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며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스가 총리 자신도 지난주 자민당 총재 후보 토론회에서 외교면에서 아베 전 총리의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대외 정책 측면에서는 더더욱 아베의 기조를 이어갈 태세다. 스가 총리가 조기 총선을 통해 자기 정치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스가 본인의 언급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조기 총선을 치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정부가 당장 새로운 면모로 일신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스가 총리는 이른바 '전쟁 가능 국가'로의 이행을 꾀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의 아베 정책을 이어받는다고 밝혀 왔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양국 갈등 와중에 '한국 때리기'로 우익 지지층을 확보한 아베의 우경화 정책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설령 큰 틀에서는 아베 노선을 잇는다고 해도, 역사 문제 등에서 이전 내각이 보인 지극히 일방적인 태도는 버려야 마땅하다. 새 내각답게 각론에서는 유연성을 갖추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스가 정부는 특히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관계 대응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을 자기식으로만 고집하는 태도로 나오면 곤란하다. 일본 전범 기업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로 일본이 한국에 가한 경제보복은 일본에 실익이 없는 무리한 조치로 드러나고 있지 않나. 이제는 청구권협정 문구 해석에 대한 이견을 뛰어넘는 현실적인 대안 모색에 두 나라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물론 한일 과거사 갈등은 이견과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단시일에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새 내각 출범에 따른 분위기 변화는 분명 관계 개선을 위한 변곡점으로 살릴 만한 계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의 실용주의 성향을 주목하기도 한다. 전임 총리의 장기 집권을 뒤로하고 새롭게 닻을 올린 스가 호가 진정성 있는 역사 인식과 함께 주변국에 선린우호의 정신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보건, 교역, 문화·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긴요할 때여서 더욱더 그렇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새 정부를 상대로 역사 문제와 관련한 대의와 원칙은 지키면서도 유연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해 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길 바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