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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지금이 안정세?” ‘집값 상승폭’ 정부와 국민 체감이 다른 이유[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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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 집값 안정 발언 다시 논란

서울 집값 0.01% 상승이 안정세?

“평균의 착시로 집값 오판 주의해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국회에 출석해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멈췄다”고 말한 걸 두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부동산 상승세가 서울은 0.01%가 된 것이 4∼5주 됐고, 강남 4구는 (변동률이) 0%”라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즉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속출하는 데 장관이 시장을 잘 모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마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 40%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장관이 “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값이 14% 올랐다”고 한 것과 차이가 크다.

정부의 시장 판단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엄밀히 따지면 한국감정원 통계를 활용한 국토부 장관의 발언에 오류는 없다. 실제 한국감정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기준 0.01% 변동률을 보이며 안정되는 것처럼 나오고 있고,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14% 올랐다는 것도 틀린 수치는 아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폭은 훨씬 큰데 통계로는 왜 이 정도만 포착되는 것일까. 현실과 통계의 편차가 어떻게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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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아파트 밀집지역 중개업소 모습. 최근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3.3㎡당 가장 비싼 1억886만원에 거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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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상승이 10% 폭등으로 체감되는 이유= 서울에 1억원짜리 아파트가 100채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이중 한 채가 1억1000만원에 계약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얼마나 될까? 현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이나 대출 기준으로 활용되는 KB국민은행, 민간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등 통계작성 기관마다 계산 방식이 달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모두 대략 0.1% 올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부동산114는 전체 주택가격 총합계의 전후 변화를 따져 가격 변동률을 구한다.(듀토지수) 서울 아파트값 총액이 100억원인데, 한 채가 1억1000만원에 계약돼 100억1000만원이 됐으니 0.1% 상승했다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은 비교 전후시점 개별 주택 가격 변화를 ‘산술평균’으로 계산한다.(칼리지수). 모두 더해 개체수로 나눈 평균의 변화율을 따지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해도 마찬가지로 0.1% 오른 것으로 나온다.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은 국제 권고 방식인 ‘제본스지수’를 활용한다. 기준 시점 전후 개별 주택값의 ‘기하평균’ 변화율을 따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이 싫었던 사람이라면 부담스러운 개념인데, ‘덧셈의 평균’인 산술평균과 달리 ‘곱셈의 평균’이다. 복리를 계산하거나, 성장률, 투자수익률 등을 따질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1억원이었던 집이 10% 오르고, 한 달 뒤 10% 더 오른 경우를 기하평균으로 계산해 보자. 산술평균을 따지듯 10%씩 두 번 올랐으니 20% 오른 1억2000만원이라고 계산하면 틀린 결론이다. 1억원이 10% 오르면 1억1000만원이 되고, 이 값에서 10%(1100만원) 더 올랐으니 1억2100만원이 된다.

어쨌든 1억원짜리 아파트 100채가 있는 서울에서 한 채가 1억1000만원이 됐다면, 기하평균의 변화로는 0.1%보다 조금 낮은 0.0954%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쨌든 대략 0.1% 올랐다는 결론은 비슷하다.

이런 집값 통계 작성기관의 가격 변동률 작성 방식을 이해하면, 요즘 집값 통계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거다. 정부는 1억원짜리 100채가 있는 서울에서 한 채가 1억1000만원에 거래됐으니, 0.1% 올랐다고 발표한다. 서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아파트값이 0.1% 올랐으니 1억원짜리 아파트가 모두 10만원씩 상승했다고 생각할까? 아니다. 집을 팔 생각이 없어 매물로 내놓진 않았더라도, 우리 집도 1억1000만원이 됐다고 생각한다. 0.1% 오른 게 아니라, 10% 급등했다고 느낀다.

실제 집을 팔 사정이 생긴 서울 집주인이 생겼다. 이젠 얼마에 아파트를 내놓을까? 1억1000만원에 실거래 됐으니 그 보다 높게 내놓을 것이다. 서울 아파트는 100채로 한정돼 있는데, 경기도나 다른 지역에서 사겠다는 사람이 몰리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더 오른다. 입지가 좋고, 층과 향이 좋은 아파트는 1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값이 이렇게 높아지면 서울 아파트값 체감 상승폭은 더 커진다. 중개업소의 호가를 기준으로 집값 통계를 작성하는 부동산114의 아파트값 상황은 폭등세로 표시된다.

이때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0.1% 정도”라고 말한다. 통계상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논란이 벌어진다. 한 시민단체는 부동산114 자료를 기준으로 시장을 자세히 조사해 보니 10%이상 오른 곳이 많다고 기자회견을 한다. 언론은 어떤 집값 통계가 더 현실적인지 따지기 시작한다.

이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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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관람객들이 일대를 내려다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총 3992건으로, 전달(1만647건)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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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오류 빠진 집값 통계= 현재 우리가 매주, 매월 받아보는 집값 통계는 산술평균이건, 기하평균이건 ‘평균’을 구해 작성하기 때문에 ‘평균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각한 주택 시장에서라면 오류는 더 커진다. 서울 인기지역에서 고가 아파트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거래되고 있어도, 평균으론 그저 1% 미만의 변동률로 표시될 뿐이다.

따라서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서울 아파트 주간 변동률 0.01%”를 집값 안정이라고 단정하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0.01%는 지역에 따라 10% 이상 상승세로 체감될 수도 있다. 표본 주택의 매도 호가 변동률로 통계를 구하는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집계로 요즘처럼 거래가 되지 않고, 호가 변동이 별로 없는 시기라면 현실과 통계의 체감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감정원 통계는 소속 조사원이 표본 주택의 중개업소 매도호가, 실거래가 등을 조사해 작성한다. 마찬가지로 요즘처럼 거래가 안되는 시기에 변동률이 높게 나올 리 없다. 표본주택을 어떻게 설계하는 지, 통계 작성 방법은 평균으로 할지, 중위값으로 할지 등에 따라 결과치는 얼마든지 더 벌어질 수 있다.

정부가 단순히 감정원 집값 상승률 지표만 의지해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jumpcut@heraldcorp.com

※‘부동산 360’은 부동산시장의 트렌드(Trend)와 이슈(Issue), 사람(People)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부동산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내고,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사안의 핵심과 이면을 다각도에서 짚어드리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읽는 ‘팁(TIP)’을 ‘부동산 360’ 코너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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