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재판 증인출석 못하겠다는 법관들···검찰 “위법수집증거? 재판부가 판단할 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서 법원이 증인으로 채택한 현직 법관들이 잇따라 불출석 의사를 피력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대선 개입 사건을 심리했던 이 재판장들은 검찰의 증인신청이 부당하다며 법정에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법원에 낸 검사의 의견서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변호인을 통해 법관 증인들에게 넘어갔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 박남천 재판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김시철·이범균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원 전 원장 사건의 파기환송심, 이 판사는 1심 재판장이었다. 현재는 둘 다 서울고등법원 소속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 중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원 전 원장 재판을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시킨 혐의(직권남용)가 있다. 검찰은 이 공소사실과 관련해 확인할 부분이 있다면서 두 판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김 판사가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주심 판사 의견을 묵살한 채 무죄 선고를 시도했다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에 썼다.

    경향신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측은 증인 채택에 반대했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두 판사를 수사 과정에서 조사하지 않아놓고 재판에 증인으로 부르게 되면 사실상 재판에서 수사를 하는 셈이라 형사소송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또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을 검찰이 확인하려는 것이야말로 ‘재판 독립 침해’라고 주장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모두 검토한 끝에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두 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소환장을 보냈다. 김 판사는 다음달 7일, 이 판사는 오는 25일 신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판사가 불출석 취지 입장을 재판부에 보내면서 차질이 생겼다. 박 재판장 설명에 따르면, 김 판사는 사건에 관한 재판부의 심리 배경에 대해 신문하는 게 법원조직법이 규정하는 ‘합의 비공개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의견서에 적었다. 법원조직법 65조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또 김 판사는 검찰이 위법한 별건 압수에 의해 취득한 자료를 제시하거나 그 내용을 기초로 신문을 시도하는 것도 위법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증인 채택 결정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판사는 불출석 사유서에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검사의 의견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사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증인신문 대신 진술서로 대체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증인 채택과 소환을 유지할지에 관해 이날 재판에서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검찰은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두 판사 모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합의 비공개의 원칙은 증언 거부의 사유는 될지언정, 아예 증인 출석을 거부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이어 “(김 판사가) 위법수집증거 운운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본인이 (사법농단 사건을) 재판하는 분도 아닌데 위법수집증거를 이유로 대며 증언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년10개월여간 진행된 사법농단 재판에는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대상이 된 재판부의 판사들이 여러 차례 증인으로 나왔다. 일정 문제 때문에 불출석하거나, 합의 내용에 해당된다면서 일부 신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증인은 있었지만 검찰의 증인신청 자체가 부당하다면서 법정 출석을 안 한 사례는 없다.

    특히 검찰은 재판부에 낸 검사의 의견서가 증인들에게 넘어갔다는 부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소송자료를 증인들에게 전달하고, 증인들이 이를 자신들의 의견서 작성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어떻게 재판부에 낸 검사의 의견서가 증인들에게 전달되고, 증인들이 그에 기초해 다시 한 번 반박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재판부가 제공하지는 않았을텐데, 변호인들이 제공한 게 아닌가 싶다. 자제하도록 지휘해달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