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맺고 있는 협력이 다자화될수록 좋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훌륭한 기준’으로 내세웠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에 이어 에스퍼 장관도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자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나토를 거론한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판 나토구상이 구체화되는 양상을 띠자 중국은 “마지노선을 넘는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있는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를 방문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군력 강화·증진 구상에 관해 연설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자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에 바라는 점에 관한 사회자의 질문에 “이 전구(전투 수행 구역)에서 관계를 더 많이 다자화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나토는 동맹과 파트너 간 집단 안보·협력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냉전 초기인 1949년 소련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출범시킨 집단방위기구이다.

에스퍼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일 대 일이 너무 많다. 너무 많다고 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미·일, 한미, 미·호주 같은 양자에 있어서 우리는 아주 좋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러 나라가 있는 곳에서 (협력을) 더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사회자가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언급하자 “쿼드는 우리가 계속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한 포럼 대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쿼드가 시작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쿼드 4개국이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와 논의한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기존 쿼드에 한국 등을 참여시켜 ‘쿼드 플러스’로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역외 세력은 온갖 구실로 지역 내 국가의 일에 개입하고 심지어 색깔혁명까지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판 나토 구상을 겨냥한 것이다. 왕 국무위원은 “이 세력은 다른 국가들을 협박해 자신의 편에 들게 하면서 신냉전을 조성하려 했다”면서 “이런 행위는 국가 간 교류의 마지노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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