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상거래 업계는 빠른 배송 경쟁이 치열합니다. 당일 배송은 물론 1~2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한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물론 아직 모든 상품에 대한 당일 배송은 불가능하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배송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드론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공중 배송입니다. 최근 아마존은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운항 허가까지 받아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13년,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가 드론이 고객의 집 앞으로 날아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아직 고객 대상 드론 배송은 시험 운영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많은 IT 기업과 물류 기업이 드론 배송에 뛰어들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드론 서비스 '프라임 에어' (출처: 아마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드론의 시작과 현재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비행체를 만들고 드론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민간용 드론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현재는 주로 영상이나 사진 촬영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산업현장 점검, 응급구조 등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드론의 활용성이 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됩니다.

드론 개발에 많은 기업이 참여하면서 배터리, 각종 센서의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드론에 물품을 싣는 수준으로 발전하자, 배송 관련 분야에서 드론을 주목했습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와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와 디에이치엘과 같은 물류 업체, 차량 제조사 등도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드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드론 시장 규모는 59억 달러(약 6조9000억원)가 될 전망입니다.

━

드론 배송 전쟁

현재 배송용 드론 개발은 실제 배송이 가능한 수준까지 진행됐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수만 번의 시험 비행이 진행됐고, 유럽 지역에서도 성공적으로 배송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아마존은 배송 드론을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수백 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아마존의 경쟁자인 월마트도 아마존 못지않은 드론 관련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기존 차량으로 오가던 오프라인 매장 간 물류 이동에 드론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구글은 미국 약국 체인인 월그린과 손잡고 상비약을 배송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습니다.

창고용 드론 (출처: halfpoin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 드론 배송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재 비행시간은 길어야 약 30분 정도라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합니다. 적재도 가벼운 책, 화장품 정도만 가능해 배송 물품에 제한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에 수백 개의 상품을 나를 수 있는 차량 배송과 큰 차이가 납니다. 날개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고 비나 바람 등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드론이 추락하거나 파손되는 등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은 다른 이동 기술이 지니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드론 배송은 배송 수요가 많은 지역보다 차량으로 이동하기 힘든 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육지와 떨어진 섬 지역의 경우 드론 배송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도서 산간 지역을 대상으로 의약품이나 응급 구호 물품 등을 배송하는 것은 드론 배송의 가치가 빛나는 방법입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배송이 주를 이루면서 직접 사람이 배송하지 않는 드론 배송이 더욱 빛을 볼 가능성도 큽니다. 최근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책을 배송하고, 자가 격리 대상인 가정에 식품을 전달하는 등 드론의 장점이 부각된 실제 배송 사례가 있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의 여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배송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GS칼텍스와 GS리테일은 주유소와 편의점을 거점으로 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2017년 드론 배송으로 소포와 등기를 섬 지역에 배달한 바 있습니다.

드론 배송 시연 (출처: GS칼텍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여러 항공 관련 규제와 도시 지역에 집중된 인구 분포, 드론 택배 표준화 등 드론 배송의 현실화에는 아직 여러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과의 결합

현재 드론 배송은 기존 배송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드론 비행이 가능한 지역과 아닌 지역이 있고, 드론 배송을 위해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인프라와 시설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드론 배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는 새로운 데이터 영역이 되며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배송 경로 최적화, 배송 예측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드론 배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존 물류 네트워크와 배송 방식이 바뀌고, 드론과 관련한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도 함께 발전합니다. 단순히 배송에 국한된 기술이 아닌, 드론을 중심으로 다양한 IT 기술이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 혁신의 장이 열릴 것입니다. 드론이 우리 주위를 날아다닐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