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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10분 만에 면담 종료’…박용만 회장, 김종인 설득 실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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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제3법 우려 전달 ‘공수래공수거’…포토라인도 지나쳐

민주당서도 호소…“토론장 마련해 달라”

이낙연 “목소리 듣겠다…경제계도 협조 해달라”

[이데일리 박태진 권오석 기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를 만났지만 끝내 정치권 설득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법안 처리 재고를 요청했지만 여야 모두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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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 비대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수정당 찾았지만 실마리 못 풀어

박 회장은 22일 오전 11시께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들어갔다. 그간 재계 입장을 들어주던 보수정당 지도부를 먼저 만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10분 만에 끝났다. 박 회장이 관련 법안에 대한 야권의 협조를 구했지만,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박 회장은 서둘러 자리를 떴고, 포토라인도 아무런 말없이 그냥 지나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박 회장은 경제인 나름의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관련해 공약을 만든 사람이다. 그때는 지금 법안보다 더 강한 공약을 만들었다”며 “각자 생각이나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의 면담이 짧게 끝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경제계를 대표해서 찾아왔는데, 좀 더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당내 관련 법 추진 반대 여론에 대해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식해 얘기하는 것인지, 일반적으로 밖에서 듣는 얘기를 반영하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낙연 “나아가야할 방향 분명”

박 회장은 이날 오후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는 법안 추진 과정에 있어 절차와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 하겠다는 말을 하니까 여야가 합의만 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즉, 문제점들과 보완할 부분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 거기에서부터 얘기가 진전될 수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토론의 장이 없어서 재계가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방법과 절차에 있어 논의를 통해 나온 동의를 제쳐두고 결과에 대해서만 규제와 제한을 높이게 되면 과도한 입법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관련 법안 추진을 서두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지금은 한 템포 늦춰서 문제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안에는 임직원, 주주, 협력업체 등 수십만명의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특히 대부분 대기업들은 비즈니스의 60% 이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그는 “아시다시피 정부도 그간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호평 해준적도 있었던 만큼 법은 지켜져야 하는 최소한의 바운더리(경계선)”라며 “그간 법보다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보다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규범으로 해결하고 법 개정 등에 대해서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박 회장을 다독이는 한편 법 추진의 원론적인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이 대표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서 우려를 갖고 계시는 것 같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의견을 듣겠다”면서 “당연히 그 일환으로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 거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야당과도 충분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재계도 이해해주셔야 할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분명하다는 데 동의하실 거라 믿는다”면서 “그 방향으로 어떻게 성공적으로 갈 것이냐는 방법을 만드는 데 경제계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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