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에 따라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 기업들의 판로도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인텔과 AMD는 미 상무부로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 공급 허가를 받았다.
인텔 대변인도 22일 수출 승인 사실을 공개했다. 미 정부가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 제재를 시작한 이후 수출 허가 라이선스를 취득한 첫 사례다. 중국 중앙(CC)TV 영어 채널인 CGTN은 중국 현지 매체를 인용해 이번 허가에 따라 인텔은 화웨이의 노트북 컴퓨터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AMD도 스마트폰이 아닌 노트북용 프로세서 공급 수출이 허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쥔무 통신업계 애널리스트는 "AMD는 주로 화웨이 노트북에 프로세스를 공급한다"면서 "(화웨이 측) 스마트폰 산업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일부 반도체 제품의 제재를 완화하더라도 화웨이 모바일 사업에 대한 규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거래를 신청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아직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화웨이 거래 제재를 받고 있었는데, 보안 이슈와 관계없는 노트북 제조용 부품에 대한 수출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업체들이 신청한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관련한 움직임은 없었고, 미국 측에서 이를 심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미국 기업들이 수출 등 거래를 하려면 사전 승인을 얻도록 했다. 화웨이 장비가 중국 당국에 의한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부터 미국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와 매크로닉스 등도 미 정부에 화웨이에 제품 판매 허가를 위한 자격을 요청한 상태다. 사실상 미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반도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전경운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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