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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자본금 100원 유령회사, 부동산 투기로 수십억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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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부동산세금 탈루 조사

매입자금 출처도 철저히 검증

A씨는 최근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원에 불과했다. 실제 부동산 매매·임대 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단타성 투기를 위해 회사를 급조하다 보니, 자본금을 넉넉히 채울 이유가 없었다.

이 법인은 수십억원을 조달해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이 펀드로부터 수십억원대 배당수익을 받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쓰지도 않은 비용을 실제로 사용한 것처럼 조작했다. 김길용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법인세·소득세 탈루 혐의를 정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변칙적인 탈세 혐의가 있는 사모펀드와 부동산 법인, 외국인 등 98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고가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과 30대 이하 청년들도 있었다. 국내에서 다른 소득이 없었던 한 외국인은 고가 아파트를 사들여 또 다른 외국인에게 세를 놓고도 임대 수입 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부모로부터 수억원을 증여받아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매년 수억원대 배당금을 받고서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기도 했다.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를 함께 탈루한 서울의 한 동네 주민 모임을 적발하기도 했다. 5명으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공동으로 돈을 모아 아파트를 샀지만, 부동산 등기를 할 때는 무주택자 명의를 빌렸다.

국세청은 최근 대출 규제로 자금 출처를 속이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는 증여를 받았지만,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에 빌린 돈으로 꾸며 자금조달계획서를 허위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준 사람과 법인에 대해서도 검증할 계획이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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